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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이렇게 산다고요?

등록일 2022-05-10 20:03 게재일 2022-05-11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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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나는 핸드폰 속에서 타인의 삶을 지켜보고 있다. /언스플래쉬

오월이다. 오월은 이상하게 들뜨는 달. 부쩍 좋아진 날씨에 어디론가 훌쩍 떠나야 할 것만 같고 예기치 못한 수상한 이벤트가 벌어질 것 같은 그런 달이다.

오월에도 나는 여전히 같은 자리에 앉아 구름처럼 흘러가는 시간을 꼼짝없이 바라보고 있다. 삼월에도 사월에도 그랬던 것처럼. 매일매일 같은 시간에 눈을 뜨고 비슷비슷한 하루를 살아간다. 이런 일상을 영위하는 일도 나쁘지만은 않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남들만큼만 살았으면 좋겠다고 바랐던 시절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 시절이 유한하다는 것을 온몸으로 깨닫는 요즘, 복원할 수 없는 현재를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일상의 반복이 답답하다는 기분에서 벗어날 수 없다.

격무에 시달리고 집으로 돌아오면 곧장 침대 쓰러져서 자고 싶지만 아무렇게나 시간을 흘려보낼 수는 없다. 퇴근 이후야말로 하루 중 유일하게 자유로운 시간이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반려견을 위한 산책이다.

새로 이사한 집 앞에는 온갖 꽃나무가 흐드러지게 핀 공원이 있다. 한 시간 정도 강아지와 산책을 한 뒤에는 간단한 음식으로 요기하고 집안일을 한다. 설거지, 빨래, 청소… 집안일은 왜 해도 해도 끝이 없는 것인지. 그러다 보면 캄캄한 어둠이 찾아오고 책상 앞에 앉아 소설을 끼적이다가 침대에 드러눕는다. 핸드폰을 뒤적거리면서 인터넷 세상을 기웃거리고 있노라면 ‘이제야 좀 쉬고 있군’이라는 마음이 절로 떠오른다. 침대 위의 휴식 시간에서 가장 많은 지분을 차지하는 플랫폼은 유튜브다.

이제는 유튜브와는 뗄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정보를 검색하는 것부터 음악 감상까지 우리에게 필요한 모든 것이 이 채널 안에 있다. 이러한 니즈에 맞춰 다양한 채널은 질 높은 콘텐츠를 제공한다. 추억의 코미디 프로그램을 짧은 클립으로 잘라서 업데이트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짧은 분량의 웹드라마, 콩트까지. 유튜브는 이제 기존의 텔레비전이 담당했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단순하게 볼거리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서 패션, 요리, 메이크업, 게임 등을 보여주는 다양하고 전문적인 채널도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그 안에서 요즘 내가 자주 시청하는 영상은 일상을 찍어 올리는 ‘브이로그(v-log)’다.

처음 브이로그를 봤을 때의 당혹감을 기억한다. 한 사람의 일상이 특별하지 않게 흘러가는 것을 지켜보는 일, 그러니까 타인의 삶을 들여다본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들었다. 카메라를 가운데 두고 담아내는 일상이 완전하게 날 것일 수는 없다. 의도적으로 편집된 부분들과 삭제된 시간들 사이에서 가장 좋은 것, 가장 흥미로운 것을 연출한다는 것도 느껴졌다. 거기에 따라오는 이질감이 불편했던 것도 잠시, 어느 순간 스스로 브이로그를 검색해서 보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들의 아침부터 저녁까지의 삶을 지켜보면서 일종의 동질감과 일말의 위안이 생겼기 때문이다. 화면 너머 바쁘게 움직이는 이들을 보면서 생각한다. 아… 다들 이렇게 사는구나.

이토록 망망한 세계를 혼자서 살아갈 순 없다. 타인과의 관계맺음 역시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좌우를 살피고 함께 걷는 사람들의 얼굴을 들여다본다. 내 걸음이 너무 빠르거나 느린 것은 아닌지 타인을 가늠하고 나 자신의 좌표를 인지한다.

문은강 ‘춤추는 고복희와 원더랜드’로 주목받은 소설가. 201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작가로 등단했다.
문은강 ‘춤추는 고복희와 원더랜드’로 주목받은 소설가. 201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작가로 등단했다.

돌이켜보면 오래전부터 그랬다. 까맣게 어둠이 내려앉은 밤, 환하게 불빛을 빛내는 어느 집의 창문을 바라보면서 저곳에는 과연 누가 살고 있을지 궁금해하곤 했었다. 밤하늘의 무수한 별을 헤아리듯 모두의 삶 속에 있는 이야기들을 만져보고 싶었다. 상상의 영역에 존재하던 타인의 삶을 너무 쉽게 볼 수 있게 된 요즘이다. 보이는 영역과 보이지 않는 영역의 경계가 흐릿해진 것이 느껴지면 왠지 모르게 가슴이 철렁 내려앉기도 한다.

오늘도 나는 핸드폰을 들어서 타인의 삶을 관망하는 중이다. 이렇게 사는구나. 이렇게도 살 수 있구나. 이런 삶은 어떤 기분일까? 그러한 질문은 돌고 돌아서 다시 내게로 돌아온다.

그리하여 너는 어떻게 살고 싶어?

답을 내리기엔 골치 아프지만 일상을 지내다보면 순식간에 휘발되고야 마는 물음에 가깝다. 침대 위의 내게 너무 많은 정보가 와르르 쏟아지고 있다. 과연 좋은 시절일까. 안도와 불안 속에서 두 눈을 감는다.

결국엔 이렇게 마음을 다잡을 수밖에 없다. 오늘 하루도 고생했다고. 이렇게 차근차근 우리의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중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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