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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가족부는 계륵인가?

등록일 2022-05-08 18:06 게재일 2022-05-0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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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희 인문글쓰기 강사·작가
유영희 인문글쓰기 강사·작가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러나 내각 인선 발표에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지명되면서 당분간은 존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고 보면, 여성가족부는 폐지하자니 아쉽고 유지하자니 큰 명분이 없는 상태가 되어 계륵이 된 모양새다. 계륵이란 닭의 갈비뼈라는 뜻으로 버리자니 아깝고 먹자니 먹을 것이 없는 것을 뜻한다. 여성가족부는 어쩌다 계륵이 되었을까?

여성가족부의 전신은 여성부이다. 전 세계적으로 여성부 또는 여성 업무 전담 부서가 생기게 된 것은 1995년 베이징에서 열린 제4차 세계여성대회에서 유엔의 결의안이 채택된 데서 비롯됐다. 이 선언을 계기로 우리나라도 2001년 여성부를 설치한 것이다. 그러나 여성부의 역사는 순탄치 않았다.

여성부가 설치되고 보건복지부 업무가 점점 이관되다가 2004년 보건복지부에서 담당하던 영유아 보육사무를 이관받은 후 그 다음 해에는 아예 명칭도 여성가족부로 바꾸고 보건복지부의 가족 관련 업무까지 여성가족부로 이관시키면서 여성부의 설립 이유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2008년 잠시 여성부로 개편됐지만, 다시 여성가족부로 바뀌고 보건복지부의 청소년과 가족 관련 업무를 이관시켰다. 그 후 점차 청소년과 가족 관련 예산이 증가하면서 올해에는 여가부 예산 1조 4천억 원 중 여성 예산은 2천억 원에 불과하다. 이제는 여성가족부라는 명칭이 무색해지고, 가족여성부 또는 청소년가족부라고 하는 것이 더 어울리는 상태가 됐다. 그러나 이렇게 여성 예산이 적은 것은 성차별이 해소되었기 때문은 아니다.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013년부터 매년 봄 유리천장 지수를 발표하고 있다. 유리천장 지수가 높을수록 여성이 일하기 좋은 환경이라는 뜻인데, 우리나라는 조사가 시작된 첫해부터 올해까지 10년 내내 조사대상국 29개국 중 꼴찌를 기록하고 있다. 남녀 임금 격차도 31.5%로 가장 높고, 관리직 여성 비율과 기업 내 여성 이사 비율 모두 꼴찌이다.

그런데도 5월 7일 뉴스를 보니, 여가부 장관 후보를 지명한 일로 여가부 폐지 공약을 이행하지 않는다는 의심을 받았기 때문인지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여성가족부를 폐기하는 안건을 발의했다. 하루전까지만 해도 인구가족부로 발의한다고 예상했는데 아예 폐지로 돌아선 것이다. 그 대신 청소년과 가족 업무는 보건복지부로 이관하고 보건복지부 장관을 부총리 급으로 격상시킨다는 것이다.

여성가족부가 이렇게 치이게 된 이유 중 하나는 부처 이름이 대상 중심으로 되어 있어서 업무가 여러 부처에 중복되어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미국은 여성부가 독립되어 있지 않고 부처마다 국의 형태로 설치돼 있다.

유리천장 지수 꼴찌에서 보듯이 한국의 여성 차별의 구조적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브라질, 방글라데시, 네팔, 인도는 물론, 프랑스를 비롯한 주요 선진국에도 여성부가 있거나 여성 전담 기구가 있다. 나라마다 형태는 다를지라도 구조적 성차별 문제를 해결할 전담 부서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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