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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는 비건

등록일 2022-05-03 18:50 게재일 2022-05-04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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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제품은 동물 실험으로 얻어지는 성분과 원료를 사용하지 않는다. /언스플래쉬

실외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면서 다시금 색조 화장품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일상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상승해선지 지난 달 색조 화장품 중심 매출이 최대 40% 증가하였고 로드샵과 면세점, 백화점 아울러 전반적인 화장품 매출 증가가 급증하였다고 한다.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로 코로나19 사회적인 분위기 흐름이 조금 달라지면서 ‘비건’에 대한 관심도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나 최근 ‘비건 뷰티’가 핫한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는데, 비건 화장품은 동물실험을 거치지 않고 동물성 원료를 대신하여 친환경 성분만을 사용하여 만드는 제품을 일컫는다. 비건 제품은 동물 실험으로 인해 얻어지는 성분과 원료를 포함하고 있지 않으며 과거 무작위로 착취 해왔던 동물 실험 자체도 일절 이루어지지지 않는다.

많은 이들이 비건 뷰티에 관심을 갖기 이전, 그간 가루 형태의 파우더나 반짝이는 펄은 전부 동물이나 생선의 비늘에서 원료를 얻었다. 속눈썹을 길고 짙게 보일 수 있도록 해주는 마스카라의 경우엔 인체에 무해한지 실험하기 위해 토끼를 대상으로 실험 하였으며 화장할 때 흔히 쓰이는 붓의 경우엔 다람쥣과의 청설모 털을 사용하는 등 동물성 털로 만들어졌다.

문제는 원료를 생산해내는 과정이 굉장히 비윤리적이라는 점이었다. 털이나 재료를 얻기 위해 감금은 물론 학대와 폭력이 동반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젠 소비자의 인식이 분명히 변하고 있는 듯하다. 스킨이나 수분 크림 같은 기초 제품이 비건 위주로 쏟아지는 데다 최근에는 색조 제품 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비건 립밤은 물론 선크림, 파운데이션, 마스카라, 아이쉐도우, 하이라이터, 립스틱, 틴트까지 그간 동물성 원료가 필수적으로 들어갔던 색조 화장품은 비건 제품으로 대체되어 종류가 무궁무진 증가하였다.

더 놀라웠던 건 일반 화장품과 비교했을 때 결코 제품력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비건 인증기관에서의 까다로운 기준과 인증 과정을 거쳐야만 출시되는 데다 FSC 인증을 받은 포장재 사용, 화장품 공병 수거를 위한 캠페인 진행으로 지속 가능한 자원 순환과 나아가 환경 보호를 지향한다는 점도 놀라움을 자아냈다.

비건 마크를 확인하는 방법으론 화장품 케이스 뒷면에 영국의 비건 소사이어티, 프랑스의 이브 비건, 한국비건인증원 비건 마크를 확인 하면 되어서 비교적 판별도 쉬워 구매하기에 용이하다.

패션 업계 또한 비동물성 소재만을 사용하는 비건 패션이 중요 트렌드로 자리했다. 명품 브랜드 구찌의 최고경영자인 마르코 비자리는 더는 모피를 제작하거나 팔지 않겠다는 반모피 운동을 선언했고 줄줄이 조르지오 아르마니와 베르사체 등 모피 사용을 중단하는 등의 행보를 보였다.

많은 패션 브랜드들 또한 그간 동물 학대와 착취를 통해 얻어지던 가죽과 모피를 사용하지 않고 그것을 대신할 소재를 찾아 나서고 있다. 특히나 겨울용 옷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메리노 울은 양의 엉덩이쪽 살을 비윤리적으로 잘라내어 무작위로 생산해내는데, 더 많은 양의 울을 얻기 위해 일부러 양의 엉덩이쪽 살을 쭈글쭈글하게 만들어 개량하기도 한다. 비건 패션은 이렇게 강제적으로 채취하는 울이나 모피를 대신하기 위해 인조 모피와 에코 퍼 소재를 대체하여 사용한다.

윤여진 2018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보다 미래가 기대되는 젊은 작가.
윤여진 2018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보다 미래가 기대되는 젊은 작가.

또한 말하지 않으면 알아차리기 힘들 정도로 다양한 소재가 개발되고 있는데, 와인 찌꺼기로 만든 가죽이나 파인애플 잎으로 만든 천연 섬유 또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먹는 비건 뿐만 아닌 내가 쓰는 물품도 비건을 지향할 수 있단 사실이 알면 알수록 놀라웠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씻곤 했던 손세정제나 옷, 화장품, 붓 등 얼핏 보면 작고 사소한 물건이지만 가늠할 수 없을 만큼의 동물들이 희생되었단 사실은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그러니 이제부턴 물건을 구매할 때 더욱이 신중을 기하기로 했다. 사실 조금 더 시선을 확장해보면 별다른 수고로움 없이도 너무나 쉽게 비건 제품을 만나볼 수 있다. 무엇이든 내가 할 수 있는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고 그것이 무언가에게 도움이 되는 옳은 방향이라는 생각이 들 때엔 내 자신이 조금 더 맑고 선명해지는 기분이 든다. 먹는 비건이 어렵다면 쓰는 비건부터 차근차근 실행해보는 것이 비건을 시작하는 좋은 방법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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