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7일 10년 쓰던 승용차를 팔았다. 아플 때는 차가 있어야 한다는 동료 강사의 설득에 넘어가 차를 안 사겠다는 평소의 지론을 꺾고 운전을 배웠다. 그 중고차는 한참 건강이 안 좋을 때 나의 발이 되어 주었고, 무엇보다 부모님 병원 방문에 큰 도움이 되었다. 아이들 심부름에도 가끔 썼다.
그러나 부모님도 돌아가시고 아이들도 독립하고 나니 차 쓸 일이 없어졌고, 건강도 나아져서 차 없이도 나들이를 잘 할 수 있게 되었다. 차가 있다가 없으면 불편하다고 아이들은 걱정했지만, 유지비만 나가고 쓸 일이 없는데 굳이 가지고 있을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돌아보면, 30여 년 전에는 ‘내가 차를 안 사는 이유’라는 칼럼을 쓰기도 했고 이웃이 차를 산다고 하면 ‘녹색평론’을 들고 가서 차 사지 말라고 말리기도 했다. 두 살, 세 살짜리 두 아이를 데리고 지하철을 탔다가 두 아이가 잠들어서 목적지에서 내리지 못하고 종점까지 간 적도 있고, 나중에는 잠들지 말라고 지하철을 탈 때면 책을 읽어주기도 했다.
결혼할 때 세탁기도 사지 않았다. 어떻게 알았는지 방송국에서 연락이 와서 세탁기 안 쓰는 가족으로 KBS ‘일요스페셜’에도 출연한 적도 있다. 그 후 아이들 한창 클 때 중고 세탁기를 잠시 집에 들이기는 했지만, 그나마도 몇 년 전 없애고 지금은 다시 손빨래를 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지난주 4월 22일은 52주년이 되는 지구의 날이었다. 올해 지구의 날 주제는 ‘지구를 위한 실천 바로 지금 나부터’이다. 우연히도 차를 없애서 그런지 다른 지구의 날보다 올해는 내게 괜히 더 의미 있게 느껴진다.
우리나라에서는 2009년부터 지구의 날 저녁 8시부터 10분간 전등을 끄는 소등 행사를 시행하고 있다. 이 10분간 소등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 정확하지는 않다. 어느 기사에는 85만 가구가 참여하면 4만1천189kw/h가 절약된다고 하고, 다른 기사에는 100만 가구가 참여하면 10만7천kw/h가 절약된다고 한다. 이산화탄소 역시 20t에서 50t까지 감축된다고 한다. 참여하는 가구와 절감되는 에너지가 왜 비례하지 않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작은 실천의 에너지 절감 효과는 작지 않다. 30년생 소나무 7천900그루가 1년간 흡수하는 이산화탄소만큼 줄어든다고도 한다.
아무리 지구가 빨개진다고 해도 가까운 내 생활의 편리를 포기하기는 쉽지 않다. 내가 너무 힘들 때는 차도 샀고 세탁기도 샀다. 차는 내게 없지만 그 차는 이집트로 가서 달릴 것이니 차 없앤 것을 내세울 일도 아니다. 나 한 사람 세탁기를 안 쓴다고 빨간 지구가 식을 것이라는 기대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가능하다면, 조금이라도 단순한 생활을 하는 것은 정신 건강과 신체 건강에 좋다는 것을 가진 물건을 줄일 때마다 깨닫는다. 옷도 줄이고 책도 줄이니 정신이 한가하다. 헬스장 갈 때도 50분 걸려 걸어가고 있다. 지구가 식으면 더 좋겠지만, 지구가 식는다는 보장이 없어도 더 줄이고 더 단순하게 살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