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학교 폭력… 그들만의 책임인가?

윤희정기자
등록일 2022-03-28 20:44 게재일 2022-03-29 14면
스크랩버튼
포항시립연극단 정기공연 ‘니 부모 얼굴이 보고싶다’<br/>31∼4월 3일 포항문예회관<br/>차별 쉽게 용인되는 사회구조 고발
포항시립연극단 공연 모습. /포항시립연극단 제공
포항시립연극단 공연 모습. /포항시립연극단 제공

포항시립연극단의 제185회 정기공연작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송경화 연출)가 오는 31일부터 4월 3일까지 4일간 포항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에서 공연된다.

연극은 ‘집단 따돌림’을 다룬 일본 극작가 하타사와 세이고의 작품으로 2008년 일본 도쿄에서 초연돼 학원 폭력이 사회적인 병폐로 자리 잡은 일본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키는 데 성공한 작품이다. 극작가이자 고등학교 교사이기도 한 하타사와는 2006년 일본 후쿠오카 명문 사립중학교에서 이지메로 괴로워하다 자살한 학생 사건을 2년여간 추적, 2008년 이를 작품으로 내놨다. 사과와 용서를 구하기보다 변명에 급급한 가해 학생 부모들의 이기적인 본성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연극단 단원들은 객원 연출자 송경화 서울 낭만유랑단 대표와 함께 학교 폭력과 왕따, 청소년 자살문제를 다른 어떤 작품보다 세밀하게 다뤘다. 극은 한 중학교 학생의 자살로 유서에 거론된 5명의 가해 학생들의 부모들을 소집하면서 시작된다. 극 중 아이들은 한 명도 등장하지 않고 단지 다른 이의 입을 통해 가해 학생들이 “아아. 뒈져버렸군. 주물럭거릴 녀석이 없어져서 심심하네.” 등 죄책감 없이 웃고 떠드는 얼굴을 짐작하게 하는데, 이는 학교 폭력의 문제가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의 구성원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사회 문제임을 보여준다.

포항시립연극단 제185회 정기공연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포스터. /포항시립연극단 제공
포항시립연극단 제185회 정기공연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포스터. /포항시립연극단 제공

극은 인간 존재의 존엄함을 배우거나 경험하지 못한 청소년들에게 비(非) 청소년들은 폭력을 멈추라고 말할 자격이 있는지 질문하며, 극에서 인물을 연기하는 배우는 물론 관람하는 모두가 여러 가지 생각에 빠지게 한다.

이번 연극 연출을 맡은 송경화 연출가는 “극은 비(非) 청소년 사회에서 폭력은 어떤 방식으로 존재하는지 또 그것은 청소년 사회에서 어떻게 재현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면서 학교 폭력에 대한 책임은 폭력적인 사회를 조직하고 있는 비(非) 청소년 세대와 차별을 쉽게 용인하는 사회에 있음을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공연 시간 31일·1일 오후 7시30분, 2·3일 오후 4시.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문화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