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개표 현장 이모저모
제20대 대통령 선거 투표가 9일 오전 6시부터 오후 7시 30분까지 경북 974개, 대구 636개 등 총 1천610개 투표소에서 일제히 치러졌다. 투표가 마감된 뒤 경북 24개, 대구 8개 개표소에서 개표가 진행됐다.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여파로 확진자수가 역대 최다를 기록하는 등 유권자들은 감염병에 노출될 수 있다는 불안한 마음 속에서도 투표소를 찾아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투표 현장에서는 투표용지를 들고 달아나거나 미투표자가 기투표자로 표기되는 등 웃지 못할 해프닝이 잇따랐다.
울릉개표 완료… 尹 72.9% ‘압도적 우세’
○…울릉군 대선 개표작업이 9일 오후 10시50분쯤 끝났다.
투표율 82.1%를 기록한 울릉지역 대선 투표 결과, 이재명(24.07%), 윤석열(72.90%), 심상정(1.65%), 허경영(1.00%)순으로 나타났다. 윤 후보는 이 후보를 압도적 표차이로 앞섰다.
코로나19 확산에 긴장된 개표현장
○…포항시 남구지역 개표가 진행된 포항 만인당에 사전투표함이 늦게 도착하며 오후 8시 50분이 돼서야 개표가 시작됐다.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선거가 치러진 만큼 개표사무원들은 선거관리위원회가 배부한 마스크와 장갑을 착용하고 긴장된 표정으로 개표를 진행했다. 일부 사무원은 마스크를 여러장 겹쳐쓰거나 페이스실드를 착용하며 혹시 모를 코로나19 감염에 대비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에 대비해 개표사무원들에게 개인방역물품을 배부하고 방역에 철저를 기했다”고 전했다.
투표용지 들고 달아난 60대
○…제20대 선거 당일인 9일 오전 6시 30분쯤 대구 남구 명덕새마을금고에 마련된 대명2동 제3투표소에서 투표하던 60대 A씨가 투표용지를 들고 달아났다.
A씨는 기표를 잘못했다며 투표참관 선관위 관계자에게 투표용지 교환을 요청했다.
투표참관인이 투표용지 교환은 불가하다고 하자 승강이를 벌이다 투표용지를 지닌 채 그대로 가버렸다. 경찰은 선거 관련 자료 등을 토대로 이 남성을 찾고 있다.
독도 경비대원 귀중한 주권행사
○…독도 경비대원 및 독도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은 이번 대선 투표를 거소투표 또는 사전·본투표 형식으로 참여했다.
독도에는 현재 경북지방경찰청 소속 경찰관으로 구성된 독도경비대원 20명, 포항지방해양수산청 항로표지관리소(독도등대) 공무원 2명 등 22명이 근무하고 있다. 독도경비대원 중 19명은 거소 투표(용지를 전달 받아 투표 후 우체국을 통해 지역으로 전달)를 했고 1명은 사전투표를 통해 귀중한 주권을 행사했다.
울진산불 이재민도 소중한 한 표
○…대형 산불로 삶의 터전을 잃은 울진지역 주민들도 투표소를 찾아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상당수 주민들이 사전투표를 했지만, 본투표가 진행된 이날 투표소마다 이재민과 주민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울진군은 이재민들의 참정권 보장을 위해 울진군선거관리위원회와 협의를 거쳐 ‘임시주민등록증’을 발급해 선거에 참여했다.
경북도선관위는 이재민들을 위해 투표소까지 이동하는 버스 20대를 제공해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의 편의를 도왔다.
“도대체 투표소는 어디에 있나요”
○…이날 오전 10시쯤 포항시 북구 덕수동 제6투표소에서는 입구를 찾지 못해 인근을 배회하는 65세 이상 유권자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들에게 투표소 방향을 안내하는 건 A4용지에 새겨진 화살표 모양의 방향지시 안내 문구가 전부였기 때문이다.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은 고령층 유권자들은 이곳을 방문한 다른 유권자들에게 길을 묻고 또 물어서 간신히 투표소에 도착한 뒤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할 수 있었다.
미투표자가 기투표자로 표기
○…예천에서는 미투표자가 이미 투표한 것으로 표기되는 일이 발생했다.
이날 오전 10시 40분쯤 예천군 예천읍 제2투표소에 투표하러 갔던 이모(45)씨는 자신이 이미 투표한 것으로 선거인명부에 기록된 것을 확인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이씨는 당시 선거사무원이 ‘사전 투표한 기록이 있어 불가능하다’고 제재했으나 “투표를 하지 않았다”고 다시 선거인명부에 서명한 뒤 사무원으로부터 투표용지를 받아 투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과 선관위는 다른 유권자가 실수로 이씨의 서명란에 서명한 것인지, 명의가 도용된 것인지 정확한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기표소는 혼자만 들어갈 수 있어요”
○…이날 오전 11시 16분쯤 포항시 북구 중앙동 제1투표소에서는 고령의 유권자가 투표 방식을 이해하지 못해 어찌할 바를 몰라 당황해 하는 모습이 보였다.
이같은 문제를 인지한 보호자가 그를 도와주기 위해 기표소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선거관리위원회 소속 직원들이 다급하게 이를 막아서 작은 소란이 빚어졌다.
노인은 기표소 밖에서 큰 목소리로 설명해 주는 보호자와 현장 직원들의 도움을 받아 무사히 투표를 마칠 수 있었다.
생애 첫 대선 투표 20대의 목소리
○…박빙으로 치러진 이번 대선은 부동층으로 꼽힌 2030 젊은 층이 주목받는 선거이기도 했다. 이들은 SNS에 투표 인증사진을 올리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선거에 참여했음을 나타냈다. 이날 포항시 북구 죽도동 제5투표소에서 생애 첫 대통령 선거 투표를 한 이수민(23·여)씨는 “그동안은 정치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지만 대선은 중요한 선거인만큼 뉴스와 검색을 통해 정보를 찾아봤다”며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고 갈등을 해소할 대통령이 뽑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기표소에 가림막이 없어요” 항의소동
○…이날 오후 구미 고아읍의 한 투표소에서는 기표소에 가림막이 없어 유권자들이 선관위에 항의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날 유권자들은 “비밀투표 원칙이 훼손될 수 있다”며 선관위에 조치를 요구했다.
투표관리 매뉴얼에는 가림막이 없이 설치하고 선거인이 원하는 경우 설치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고아읍 투표소도 가림막을 설치한 후 투표를 진행했다.
/종합취재부·경북부 종합
/사진 : 이용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