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를 결심했다. 첫 회사이고 입사한 지 일 년도 안 되었지만 오랜 고민 끝에 퇴사 결정을 내렸다. 회사를 그만두는 데엔 너무 많은 이유가 있지만 간단히 몇 가지만 말해보자면, 우선 중간 관리자의 연달은 퇴사에 1년 차 신입이 맡기엔 부담스런 업무가 주어졌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분명히 말해두고 싶은 건, 과도한 업무에 대한 피로함과 압박감은 직장인으로썬 누구나 감내해야 하는 사사로운 일임을 잘 안다.
그러니 회사 내 급격히 변화하는 여러 사항에도 수긍했고, 필요에 따라 야근을 자처하며 업무를 완벽하게 해내기 위해 애써 왔다. 물론 이 야근이 나중엔 너무나 당연시하게 자리 잡게 되는 듯하여 당황스러웠지만.
내가 견디기 난감했던 건 맡은 업무에 있어 스스로 결정 내릴 수 있는 결정권과 통제권이 없었단 점이었다. 보고를 위한 보고, 회의를 위한 회의, 검열을 위한 검열이 계속 되는 동안 뚜렷한 결과물 없이 시간은 지나갔다.
연달은 피드백에 같은 자리를 빙빙 돌고 있는데 같은 공간에 있던 상사와 동료가 줄줄이 떠나가 버렸고, 겨우 남은 나는 어느덧 ‘책임자’라 불리고 있었다. 그러면서 불시에 보고를 해야 할 때면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모든 것이 응당 나의 책임이 아닌, 나를 포함한 구조적인 문제인데도 책임은 오롯이 개인의 몫이었다.
여러 어려움을 느끼면서 면담을 요청해보았지만 가장 어려움을 느낀 부분은 상호작용의 부재였다. 내 모든 요청에 대해 ‘임금을 받는 노동자라면 이 정도 업무는 감당해야 한다’는 대답을 엇비슷하게 할 뿐이었다.
A에 관련된 사항을 물어봐도 위의 대답을 해줄 뿐이었고 B에 관련된 문제를 물어봐도 마찬가지였다.
회사에선 내가 원하는 일만 할 수 없고 임금에 따라 정당한 노동을 부여해야한다는 걸 아주 잘 알고 있다. 지시하는 방향으로, 매뉴얼대로 따라가야 하는 것도 안다. 이 부분을 충분히 인지하고 피력하고 있음에도 의견을 공유할 수 있는 창구가 미흡하고, 조직 소통이 불통일 때에 계속해서 의욕이 좌절되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발표한 조사 결과에 의하면 입사 1년차 신입사원의 퇴사율은 2010년 15.7%에서 2016년 27.7%로 상승했다고 한다. 연이어 2019년 취업 플랫폼 ‘사람인’에서 실시한 조사에선 1년 미만의 신입사원의 퇴사 비율이 48.6%로 훨씬 더 높은 비율을 드러냈다. 퇴사의 이유는 41.7%는 이직, 26.2% 업무 불만, 15.4% 잦은 야근과 워라벨 불가 순으로 나타났다.
그럼 신입사원인 밀레니얼 세대가 입사와 동시에 퇴사를 결심하게 된 이유는 뭘까. 나는 직장 내 세대에 따른 이해관계와 소통의 부재가 중요 요인 중 하나라 말하고 싶다.
밀레니얼 세대는 역대급 취업난과 스펙 경쟁을 겪었고 이를 통과하여 취준에 성공했다고 한들 내 집 마련조차 불가능한 실패에 익숙한 세대다. 노력한 만큼 보상이 주어지는 것에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조직 시스템에 희생과 충성을 요하는 것에 대해 비합리적이라 느낄 수 있다.
또한 개인의 행복이 우선시되기에 무작정 높은 연봉을 받는 것보다는 적절한 대우와 존중 그리고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곳을 우선 순위로 두는 경향이 있다.
물론 1955년에서 1963년까지의 출생자인 베이비붐 세대의 입장도 충분히 수긍해볼 수 있다. 급변하는 경제 성장을 겪으면서 이를 적응하기 위해 책임감 다해 일해 왔고, 필요에 의해 희생을 감내하며 노력에 따른 성과를 거머쥐었기 때문이다.
어떤 한 세대를 비판하고 수긍하기 보단, 각기 다른 이해관계와 갈등의 문제만 놓고 보고 싶다.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의 입장을 조금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선 기업이 앞서야 한다.
각기 다른 세대를 어떻게 인정해주고 보상해줄 것인지 구조를 재설계하여 모두의 업무 환경과 조직 문화가 조금이나마 나아졌음 좋겠다.
나는 이제 겨우 사회에 첫 발을 내디뎌 아직 모르는 게 많다. 하지만 이렇게 귀한 경험을 하며 새로운 걸 또 다시 배워 간다. 퇴사로 인해 새로운 시작 앞에 놓여 있으니 이제 또 다른 기회를 잡으러 부지런히 나아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