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인년(壬寅年) 새해가 밝았다. 코로나와 대선정국은 새해라 하여 긴장과 혼돈을 멈추지 않는다. 새롭게 시작하고자 해도 두 해를 넘게 넘실거리는 코로나의 기운은 감염자 하루 이만명을 넘기며 머물고 있다. 새 대통령을 뽑으면 새로운 나라가 펼쳐질 것인지 의심스럽지 않은가. 밖에서 들어온 코로나와 안에서 자란 대선판은 새해가 되어도 희망과 기대를 불러오기보다 체념과 실망을 안기는 모습이다.
새해 덕담은 후보들 험담에 쓸려가고 호랑이해의 기대는 코로나 긴장에 발목이 잡혔다. 어느 해라고 똑같을 수 없겠지만, 올해 설 풍경은 사뭇 서먹하고 서글프다. 그렇다기로 남은 기운마저 꺾을 수 있을까. 새롭게 만날 새날들을 낙담과 실망으로 채울 수는 없지 않은가. 나라와 겨레는 용기와 희망을 기대하지 않을까. 무엇을 바랄 수 있을까. 코로나로 바뀐 세상은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가긴 힘들 터이다. 만남과 소통, 문화와 경제, 디지털과 온라인은 예견해 오던 ‘완전히 다른 세상’을 당기고 말았다.
학교와 직장은 비대면교육과 원격근무가 기본이 되었고 인간의 일상은 만나지 않고 거의 해결하게 되었다. 만나고 헤어지는 낭만과 즐거움은 모니터와 유리벽 너머로 해소해야 한다. 고약한 대선판은 인간존재의 바닥을 어디까지 드러내야 하는지 처연하고 부끄러운 밑바닥을 흔들며 보여주고 있다. 누가 대통령이 된들 바람직한 사회문화적 품성을 회복할 수 있을까 의심스럽다. 나라와 국민을 위하여 무엇을 할 것인지 설득하기보다 남의 흠결을 끝없이 들추며 공격과 험담으로 채우는 선거판은 ‘투표의 의미’를 거의 잊게 만드는 게 아닌가.
코로나도 선거도 곁으로 밀고서 새해에 보았으면 하는 징조들을 헤아려 보자.
새해에는 정치뉴스를 조금 덜 보았으면 한다. 일상이 정치로 오염된 나머지 보통 사람들 속내까지 다툼과 혐오가 물든 세상은 바른 모습일 수가 없다. 정치가 뭐라고 편을 가르고 진영을 나누어 당신은 어느 편인지 굳이 묻게 만드나. 어느 한쪽이 언제나 맞거나 온통 틀렸던 적도 그리 없으니 이제는 그만 좀 하시라고 외치고 싶구만, 대선에 나선 후보들은 쉬지도 못하고 흠결만 나눈다.
새해에는 일상에 성실한 나날을 되찾고 싶다. 정치가 일상을 왜곡하게 하기보다 일상이 정치를 흔들어 정신차리게 해야 할 모양이다. 자기네들 싸움판에 국민을 핑계삼는 정치는 사라져야 한다. 오로지 국민의 삶이 나아지도록 심혈을 기울이는 정치를 찾아와야 한다.
새해에는 더 넓게 세상을 보는 시선을 배우고 싶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는데, 우리는 아직도 좁은 국토에만 갇혀 있을까. 생각의 지평이 길었으면 하고 바라보는 시각이 넓었으면 한다. 특별히 다음 세대에게는 세상을 바라보는 광각의 시야를 심었으면 한다. 우물 안에서만 복닥거리며 다툴 게 아니라 너른 세상으로 눈길을 돌렸으면 한다.
‘그래도 세상은 넓고 할 일은 아직도 많다’는 걸 배웠으면 한다. 코로나도 대선도 지난 다음에 무엇을 할 것인지 이제부터 헤아리며 기다려야 한다. 새해, 복많이 받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