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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은 학종과 겨루는가

등록일 2022-01-12 19:45 게재일 2022-01-1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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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규열 한동대 교수
장규열 한동대 교수

나라에 할 일이 많다. 진작 풀었어야 할 문제를 적시에 해결하지 않은 탓에 문제가 켜켜이 쌓인 가닥들도 여럿이다. 해마다 겪으면서 지나고 나면 거듭 잊으며 지내온 숙제가 있다. 대학입시. 가르치고 배우는 일의 의미가 왜곡되고 교육현장 부조리의 뿌리가 대학입시인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전국의 교육청들이 제아무리 개혁적인 프로그램을 구사해도 대입제도의 벽은 넘어설 방법이 없다. 유아교육과 초중등 교육이 인성바르며 바람직한 사람을 기르고 싶어도 대학으로 가는 길에서 모든 선의가 무너져 내린다. 불공정의 대명사처럼 누더기가 되어버린 학종(학생부종합전형)은 수능(대학수학능력시험)을 다시 불러오는 꼴을 보이고 있다.

학종 대 수능. 극한의 경쟁구도를 완화하고 사교육의 폐해를 줄여보기 위해 교육계의 지혜를 모아 만들었던 학종이 아니었던가. 수시와 정시로 대학입학결정 시점에 차이를 두고 학종과 수능을 나누어 배치한 듯한 구조가 문제였을까. 학생부 종합평가의 본질과 취지에는 문제가 없다. 학교현장에서 적용하고 운용하는 방식과 대입전형에 반영하여 학생을 평가하는 방법에 다소 개선의 소지가 보인다 하여 이를 전면 부정하는 태도는 옳지않아 보인다. 일부 대선후보들조차 교육정책을 제안하면서 학종과 수능을 서로 대척점에 놓고 입안하는 일은 교육의 관점에서 안타까운 일이다. 학생의 노력을 넘어 사회경제적 여건에 따라 사교육과 극한경쟁의 조건이 수능의 진행과 결과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수능은 그 성격이 바뀌어야 한다.

대학수학능력시험. 대학에서 수학할 능력을 시험한다는 모양인데, 오늘처럼 복잡하고 다양한 진로와 학문영역의 문턱에서 대학에 들어가 수학할 능력을 포괄적으로 평가할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있다면, 정규 교육과정을 적절하게 마친 학생이 대학에 진학하여 수학할 최소한의 능력을 인증하는 정도가 가능하지 않을까. 학생의 실력을 평가한 결과로 줄을 세워 대학입시전형의 성적표로 사용하는 오늘의 방법은 교육적으로 적절한 방법이 아니다. 그것도 일 년에 단 한 번 전국단위 시험으로 대입의 운명을 결정하는 방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도 않으며 이해하기도 힘들다. 수능점수의 수준에 따라 특정대학과 학과에 입학이 가능하다는 식은 낡아도 너무 낡은 습관이 아닌가. 수능이 더이상 석차를 갈라놓는 기능을 하지않아야 한다.

수능과 학종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 수능의 역기능을 극복하고 보완하기 위해 도입되었던 학종의 취지를 살려야 한다. 수학능력인증시험으로서 수능과 학생부종합평가를 전형자료로 삼아 대학은 학생을 면담한 결과를 토대로 입학여부를 자율적으로 결정하여야 한다. 수시와 정시의 시점 구분도 다시 생각해야 한다. 특정 대학을 나왔다는 사실로 사람의 능력과 가치를 판단하는 인식과 잣대도 바뀌어야 한다. 대학은 사람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기여하는 기관으로서 최선을 다하면 그뿐이 아닌가. 수능과 학종은 모두 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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