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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와 디지털 격차

등록일 2021-10-19 19:54 게재일 2021-10-2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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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종 경북대 교수
김규종 경북대 교수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용과 주근깨 공주’를 보고 느끼는 점이 많았다. 모든 연령대가 함께 볼 수 있는 만화영화지만, 어른들이 보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늦은 시간에 영화관에 들어온 아이는 한 명이었다. 아이는 영화가 현실세계와 가상세계를 교차함에 따라 몰입도에 차이를 보였다. 가상세계에 완전히 몰두하되, 현실세계에는 시큰둥했다.

호소다 마모루의 2009년 만화영화 ‘썸머 워즈’를 보고 아주 놀란 적이 있다. OZ라는 가상세계를 일본 농촌의 대가족과 연결하는 내공이 대단했기 때문이다. 저런 상상력을 가진 감독이 여전히 일본에 있구나, 하는 생각에 고개가 끄덕여진 것이다. 12년이 지난 2021년에 그가 보여주는 가상세계는 훨씬 진화한 공간으로 다가온다.


감독은 ‘메타버스’를 영화의 전면에 배치한다. 어린 시절 엄마를 잃은 상처 때문에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으면서 세상과 단절한 여고생 스즈. 제한된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좋아하는 노래도 못하던 스즈. 그런데 메타버스의 가상공간 U에 접속하자마자 스즈는 놀라운 가창력을 가진 아바타로 재탄생한다.


인터넷 가상공간에서 ‘벨’이란 아이디로 새롭게 탄생하여 전혀 다른 세계를 경험하는 스즈. 가상공간 U의 가입자는 50억! 순식간에 1∼2억의 가입자를 매료시키는 벨. 여기서 스즈와 벨 사이의 경계가 흐릿해진다. 일본의 평범한 고교생 스즈와 가상공간을 매혹하는 새로운 스타 벨의 정체성이 뒤섞여진다는 얘기다.


가상공간에서 만나는 용의 상처와 고통을 동정하는 스즈는 실제 현실에서 그를 찾아내려 한다. 스즈는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현실의 ‘케이’를 만나고, 그를 보호하기에 이른다. 이것은 가상공간과 현실세계의 조화롭고 경이로운 만남이다. 아바타의 세계를 현실로 인도하고, 그것에 기초하여 인간다움의 영역을 확장하는 호소다 마모루!


만화영화가 여기까지 왔구나, 하는 깊은 한숨이 나온다. ‘썸머 워즈’에서 가상공간과 실제 현실은 따로 존재하는 개별적인 공간이다. 그런데 이번에 ‘용과 주근깨 공주에서 두 공간은 개별적으로 존재하기도 하지만, 서로 이어져 있다는 차별성을 보여준다. 가상공간의 경이로운 진화가 이루어진 셈이다.


‘메타버스’는 단순한 3차원 가상공간이 아니라, 가상공간과 현실이 적극적으로 상호작용하는 공간이며, 현실과 가상세계의 교차점이 삼차원 기술로 구현된 세계라는 말이 실감 나는 영화가 ‘용과 주근깨 공주’다. 저런 세계가 바로 옆에서 펼쳐지고 있건만, 한국의 노인들은 그저 그런 드라마와 빤한 노래자랑에 열광하며 세월을 보낸다.


공공장소에서 울려 퍼지는 전화기도 끌 줄 모르는 노인들. 그들이 조만간 경험하게 될 디지털 격차가 두렵다. 메타버스가 일상화하는 시점이 온다면, 세대 간의 상호이해와 소통이 얼마나 가능할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더 늦기 전에 노인 세대를 위한 디지털 교육이 활발하게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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