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30일 예천군 용문면 소재 용문초등학교 행정실에 80대로 보이는 할머니가 찾아왔다.
할머니는 별다른 말이 없이 행정실 직원에게 그냥 “학교 발전을 위해 좋은 곳에 쓰였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고 흰 봉투를 건넸다.
할머니가 건넨 봉투에 500만 원 수표와 깨알같이 직접 쓴 손 편지가 들어 있는 것을 확인 한 행정실 직원은 돌아서려는 할머니를 굳이 붙들고 어렵게 몇 마디 말을 나눌 수 있었다.
뒤늦게 자리를 함께 한 이 학교 김영준 교장에게 할머니는 자신이 이 학교 33회 졸업생(1959년도 졸업)임을 밝히고 어린 시절 어렵게 공부를 하게 된 사연과 함께 굳이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했다. 할머니는 정상적인 기부 절차를 밟자는 학교 측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금액이 적어서 미안하다. 절대로 외부에 이 같은 사실을 알리지는 말아 달라”고 오히려 간곡히 부탁까지 했다고 전해졌다.
김 교장은 “할머니의 한없는 사랑이 우리 아이들에게 그대로 이어질 것이다. 할머니의 뜻을 높이 기려 기탁하신 장학금을 좋은 교육환경을 조성하고 훌륭한 학생들을 양성하는데 쓰겠다”고 밝혔다.
장학금을 기부한 할머니는 용문면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권 모 할머니로 서울에서 거주하며 넉넉지 않은 생활에도 푼푼히 쌈짓돈을 모아 고향 모교에 전달해 온 것으로 전해지졌다.
고향 용문면 하금리엔 언니 한 분이 홀로 살고 있다.
/정안진기자 ajjung@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