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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묵으로 풀어낸 죽도시장 이야기”

윤희정기자
등록일 2021-10-11 19:22 게재일 2021-10-12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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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문인화가 이형수 초대전<br/>17일까지 일월 숲 갤러리서 열려<br/>일상 속 번득이는 삶의 결 표현
이형수作 ‘덕대집 소견’.

포항의 중진 문인화가 이형수(70) 화백이 오는 17일까지 해도 도시숲 일월 숲 갤러리에서 초대전을 갖고 있다.

이 화백은 수묵의 전통성을 살리면서 소재는 우리 곁의 삶 속에 스며져 있는 일상 속에서 번득이는 삶의 결을 수묵으로 표현해 냈다.


제목 ‘멸치를 파는 사람들’ 작품의 화제를 보면 “멸치 머리에는 단백질과 칼슘으로 이루어진 이석이 있어 몸의 균형을 물론 이석의 단면을 보면 나이테 같은 무늬가 있어 멸치의 나이를 알 수 있다. 이석은 비행기 블랙박스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썼다. 멸치에 관한 재미난 이야기를 풀어내 쓴 작가의 인문적 소양이 돋보인다.


작품 ‘덕대집 소견’에서는 “삶은 돼지머리 미소가 이쁠수록 값이 비싸다는 중생들의 부질없는 욕망을 나무라 듯 죽어서도 힘든 중생을 위해 돌부처처럼 마냥 웃고만 계신다”며 삶은 돼지 머리 모습을 눈 깊은 해학으로 풀어내기도 한다.


작품 ‘고등어를 바라보는 가족들’에서는 “고등어의 푸른 등빛과 은백색의 비취빛은 진화의 비밀이 숨겨져 있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바닷 새의 먹이가 되지 않기 위해 등에 푸른 물결무늬를, 물밑에 포식자가 물결이 일렁이는 것처럼 은백색 배빛으로 위장하고 있다”며 다윈의 진화론 의미를 이야기하고 있다.


이형수作 ‘고등어를 파는 여인들’.
이형수作 ‘고등어를 파는 여인들’.

작품 ‘칼을 가는 여인’의 화제는 “칼을 가는 여인의 삶은 평범하고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칼날을 세우는 그 여인의 손끝에서 나오는 기운은 날카롭다. 끝없는 시간과 공간 속에서 짧은 일상의 한 순간이지만 삶의 굴레를 벗어버리려는 그녀의 손끝의 칼날은 날카롭다”며 어시장 부근에 칼가는 여인의 내면을 수묵으로 글과 그림을 풀어내기도 한다.

전시된 30점의 작품은 죽도 시장의 평범한 소재들을 능숙한 필치로 정감 있게 표현하면서 그속에는 깊은 인문학적 이야기를 풀어내는 작가의 혜안이 놀랍다.


이형수 작가는 “‘먹는 것이 그 사람이다’라는 말처럼 영일만 사람들은 죽도시장이 만들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죽도시장의 생명력 넘치는 음식물이 포항 사람을 만들었다. 죽도시장은 그야말로 영일만의 보고”라고 했다. 또 그는 “멀리 밖으로 나가기 힘들고 사람 만나기를 꺼려지는 일상의 연속이지만 계절의 변화는 어김없이 찾아오고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고운 단풍 소식과 함께 일월 숲 갤러리 야외 전시에 많은 포항 시민의 관람을 바란다”고 말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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