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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약전이 묻다

등록일 2021-10-06 19:38 게재일 2021-10-0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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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감
이주형시인·산자연중학교 교감

“질문이 곧 공부야 이놈아. 외울 줄밖에 모르는 공부가 이 나라를 망쳤어.”

필자는 영화를 즐겨 보는 것도, 또 특별한 영화 취향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기회가 되면 대사에 좀 더 집중해서 영화를 본다. 글머리에 인용한 대사는 영화 ‘자산어보’에 나오는 말이다. 영화 속 대사 중에 필자의 마음에 오래 남은 말이 많지만, 이 말은 그중 유독 크게 남아 있는 말이다. 왜냐면 이 말만큼 우리 교육계의 아픔을 정확하게 분석한 말은 없기 때문이다.

공부에 있어 암기(暗記)도 필요하고, 중요하다. 암기하면서 얻어지는 긍정적인 기능도 많다. 물론 이때 말하는 암기는 이해를 바탕에 둔 제대로 된 암기를 말한다. 하지만 우리 교육에 있어 암기는 너무 맹목적이다. 한 시간도 안 되는 시험을 위해 학생들은 수많은 시간을 투자하여 교과 지식을 무조건 외운다. 그리고 시험이 끝나는 순간 모두 잊어버린다. 물론 모든 학생이 이렇다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상당수 학생이 시험을 위한 맹목적인 암기의 덫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공부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나라에서는 어떻게 해서든 교육이 본연의 기능을 되찾을 수 있도록, 그래서 학생이 행복하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래서 나오는 것이 교육과정이며, 이미 여러 차례 새로운 교육과정이 나왔다. 다음은 2015 개정 교육과정의 개정 배경 중 일부이다.

“미래 사회에는 지식을 많이 습득하는 것보다 학습한 내용을 바탕으로 새로운 환경과 상황 속에서 선택, 조정, 통합하여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가치를 생성할 수 있는 창의융합형 인재가 필요합니다.”

늘 말하지만, 우리 교육이 이것을 해낼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현실은 늘 이론과 거리가 멀다. 모든 혼돈은 그 거리 차이에서 온다. 그 차이가 크면 클수록 혼돈도 크다. 지금 우리 교육계가 큰 어려움에 빠진 것도 교육 이론과 교육 현장 간의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분명 교육과정에서는 지식의 습득보다 지식의 활용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학교 현실은 어떤가? 학생들이 자신들이 배운 지식을 활용하여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가치를 생성하는 경험을 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이 학교 현장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안타깝게도 또 많은 학교가 시험 기간이다. 독서실은 이미 만원이다. 학생들은 시험을 저주하며 또 시험용 지식을 습득하기 위한 암기에 이 아까운 시간을 다 보내고 있다. 시험 위에서 선 위태로운 학생들을 보면서 필자는 영화 속 정약전의 말을 다시 떠올린다.

“질문이 곧 공부야 이놈아. 외울 줄밖에 모르는 공부가 이 나라를 망쳤어.”

그리고 공자의 말을 생각한다.

“學而不思則罔(학이불사즉망)하고, 思而不學則殆(사이불학즉태)니라.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남는 것이 없고, 생각하기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

학생들을 창의융합형 인재로 이끌 교육은 언제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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