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문화재단, 꿈틀로 대안공간 298 기획전시 ‘텔레-타입-라이터’<br/>현대미술작가 4인<br/>라이터(writer) 4인 참여<br/>전시 구전 텍스트 개인 전송<br/>포항문화재단 내달 14일까지
(재)포항문화재단은 오는 10월 14일까지 꿈틀로 대안공간 298에서 기획전시 ‘Tele-Type-Lighter(텔레-타입-라이터)’를 개최한다.
대안공간 298은 지역 예술가들의 새로운 가능성을 담은 다양한 실험적 작품들을 선보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전시 기획전문가의 필요성을 전파하고 이들의 활동 무대를 마련하기 위한 전시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꿈틀로 대안공간 298의 두 번째 기획전시인 ‘Tele-Type-Lighter(텔레-타입-라이터)’는 ‘구전(球電)’에 대한 현대적인 해석을 현대미술 작업들로 펼쳐 보인다. 조부모 세대의 이야기를 전달할 때 쓰던 ‘옛날 옛날에’로 시작하는 방식은 현대에 이르러 오래된 개념처럼 느껴질 수 있다. 현대에서는 핸드폰, 컴퓨터 등의 매체로 빠르게 정보를 전달하는 것에 모두가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전시는 ‘구전’에 대한 개념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전제 속에 ‘텔레마틱 구전’을 주제로 기획됐다.
‘텔레마틱(telematic)’은 전자 송수신을 뜻하는 ‘텔레커뮤니케이션(telecommunication)’과 정보를 뜻하는 ‘인포메틱스(informatics)’의 합성어로서 ‘구전’과 결합시켜 동시대에 전자기기를 기반으로 한 커뮤니케이션을 말한다. 이 연장선에서 ‘텔레-타입-라이터’라는 전시 제목은 ‘전자 송수신이 가능한 타자기(teletypewriter)’를 차용했으며, 래이 브래드버리의 ‘화씨 451’에서 영감을 받아 글 쓰는 사람을 뜻하는 라이터(writer)를 라이터(lighter)로 변경했다.
이 전시에서는 지역작가 신미정, 김은솔과 외부작가 정재희, 강재원이 함께한다. 신미정 작가의 ‘자신의 경로(Part of my life)’는 속초 아바이 마을 실향민 1세대의 일기장과 그의 실제 목소리를 영상으로 담아 고향에 대한 향수를 전달하고자 했다. ‘밤섬(Bam Island)’은 여의도 개발 계획으로 1968년 사라진 밤섬에 거주했던 밤섬 실향민의 생의 흔적과 주민들의 기억의 궤적을 추적하고 잊혀진 밤섬의 장소성을 다시 일깨우고자 미학적 이미지로 재현했다. 김은솔 작가의 ‘Clip_SUBTITLE’은 재난 관련 뉴스, 특히나 유튜브로 생산되는 텍스트들을 수집해 영상에 재배치한다.
정재희, 강재원 작가는 ‘텔레마틱 구전’에 대한 거시적인 관점을 독특한 설치물을 통해 보여준다. 정재희 작가의 ‘Radio Tower’는 관객이 작품 주위를 돌면 라디오 소리가 변화하는 것을 느낄 수 있게 의도된 설치작품으로 관람객에게 낯선 다감각적 경험을 유도한다. 텔레마틱 구전이 이뤄지기 위한 전제조건인 전자제품을 재맥락화해 일상을 인식하는 새로운 방법과 확장된 의미를 생각할 수 있도록 했다. 강재원 작가는 고향을 잃는 것이 비단 우리뿐만 아니라 텔레마틱한 네트워크에 돌아다니는 정보 역시 그러하다는 생각을 전시장 한가운데 2.5m 크기의 거대한 조각 ‘Untitled 4’로 보여준다. 실향정보를 위한 기념비로, 컴퓨터 렌더링을 통해 철재처럼 표현된 차갑고 단단한 느낌의 텍스처이지만 이는 공기로 지지되면서 새로운 관점의 조각으로 표현했다.
코로나19로 대면 전시를 개최하는 것이 조심스러운 요즘, 미술계의 많은 전시는 웹, 메타버스, VR과 같은 가상전시를 통해 관객을 만나기도 한다. 하지만 이번 전시는 가상공간이 아닌, 개인 전자메일을 통해 전시에 대한 ‘구전 텍스트’를 직접 전송하고 받아볼 수 있도록 기획됐다. 이는 전시 역시 ‘이야기’로 구전된다는 기획자의 생각에 바탕을 둔 실험적 접근이며 새로운 방식의 참여형 전시다. ‘구전 텍스트’를 전달하는 필진 김태휘(미술비평), 우정아(미술사학자), 심너울(SF소설가)과 이번 전시의 기획인 김맑음(큐레이터)은 그들의 관점으로 전시 내용을 재해석해 전시기간 중 참여를 신청한 관람객에게 총 5편의 메일을 발송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팬데믹 상황으로 전시를 직접 관람하기 어려운 관람객들도 새로운 방식으로 전시를 경험할 수 있다.
또한 전시기간 동안 작품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26일과 10월 6일에는 아티스트 토크와 큐레이터 토크가 예정돼 있다. 참여작가와 기획자가 전하는 전시기획과 작품 준비에 대한 전 과정에 대해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자리로, 사전예약을 통해 시민 누구든 함께할 수 있다.
포항문화재단 측은 “나와 관련 없는 소설 속 장면이 아닌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될 수 있고, 우리가 어떤 역사를 지나왔는지 그 흔적과 기억을 기록하여 옛 어른들이 들려주는 구전동화처럼 이를 각자의 특색이 묻어나는 작품으로 표현한 전시”라며 “과거를 통해 미래를 배운다는 말이 있듯, 변화되는 사회의 모습과 그 흔적에 대한 관심을 키우자는 전시의 의도가 관람객들에게 크게 와닿길 바란다”고 전했다.
대안공간 298은 사전예약 없이 현장 방문이 가능하며,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동시 관람 인원을 30인 이내로 제한한다. 구전 텍스트를 받기 위한 메일 신청과 전시 관련 자세한 정보는 포항문화재단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