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피를 멈추고 추모로
□ 이름처럼 아름다운 곳, 세종 은하수공원
은하수공원은 세종특별자치시 정안세종로 1527(산울동)에 위치한 36만580㎡ 면적의 종합장사시설이자 추모공원이다. SK 및 LH의 무상기증을 통해 2010년 1월 12일 개장했다. 개장 당시 대부분의 시설은 위수탁 계약을 통해 관리했다. 화장장, 봉안당, 자연장, 장례식장 및 식당, 매점 등의 시설을 대상으로 민간기업과 위수탁 및 임대 계약을 진행해 운영했다. 그러다 2012년 7월 운영 및 일부 시설의 소유를 세종특별자치시로 이관했고, 이어 몇 번의 위수탁 계약을 거쳐 2017년 1월부터 세종시설공단이 직영하게 됐다.
SK그룹 사회공헌활동과 LH 무상 기증으로 2010년 개장
36만580㎡ 면적에 장례~ 화장~안장까지 원플레이스 서비스
6만8천976㎡ 자연장지엔 올해 화초장·어린이 장지 개장 예정
이용료 전국 가장 저렴, 위패 판매권 등 지역민에 돌려 상생 모범
2곳으로 입구 만들어 장사시설과 도심 속 공원 역할 동시에
야생화 단지 등 생태공원은 어린이집 소풍 장소로 활용되기도
글 싣는 순서
1. 장사시설과 장사문화, 우리는 장사를 어떻게 보고 있나
2. 포항시, 종합장사시설 마련 첫걸음
3. 장사시설 선두주자 인천 가족공원
4. 시민의 품 안에 세종 은하수 공원
5. 장사 문화 개선을 위해 포항이 나아가야 할 방향
시설은 크게 장례문화센터(장례식장, 봉안당, 화장장, 고객센터, 주차장)와 자연장지(잔디장, 수목장, 부대시설)로 나뉘어 있다.
공원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장례식장이 마주한다. 4천368㎡ 규모의 지하 1층·지상 3층의 건물로, 지상에는 빈소 및 접객실 10곳이 있고 지하에는 영결식장·염습실·안치실·매점이 위치해 있다. 연도별 이용실적을 보면 2015년 283건이었던 것이 2020년에는 612건을 기록하는 등 큰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은하수 장례식장의 특장점으로 △조문객수에 맞는 다양한 빈소(특실, 일반실) △품격과 격조를 더한 호텔급 고품격 인테리어 △장례, 화장, 안장(봉안, 자연장)까지의 종합장사서비스를 제공하는 원 플레이스(One Place) 서비스를 꼽을 수 있다.
장례식장 뒤로는 화장장(해님의 집)이 있다. 지하 1층·지상 2층의 7천926㎡ 규모 건물로, 지하 1층은 유족 주차장, 지상 1층은 화장로 10기·수골실·고객쉼터가 있다. 2층은 유족대기실 10곳과 수유실 및 매점이 위치해 있다. 이곳 역시 2015년 5천22건이었던 이용실적이 2020년에는 1만887건으로 2배나 증가했다. 고인의 거주 지역에 따라 이용료를 차등 적용하나, 기본적으로 거주지역 등에 제한 없이 이용가능하다. 화장은 오전 7시 30분 1회차를 시작으로 오후 3시 7회차까지 진행한다.
화장장 다음으로 고객센터와 홍보관, 유택동산이 자리하고 있다. 홍보관에서는 우리나라 및 주요 국가의 장례 문화와 역사를 살펴볼 수 있으며, 최신 트렌드에 맞춰 장례문화를 VR로 체험할 수도 있다. 특히, SK그룹의 사회공헌을 통해 공원이 마련된 만큼 이를 소개하는 코너도 마련돼 있다.
장례문화센터의 마지막 시설은 봉안당(달님의 집)이다. 지하 1층부터 3층까지 3천292㎡ 면적이며, 2만353기(옥내 1만8천945기, 옥외 1천408기)를 모실 수 있다. 제례실 4곳을 비롯해 헌화대 등의 시설이 있다. 이용기간은 15년으로, 단 1회에 한해 15년 연장이 가능하다.
이들 시설을 제외한 대부분의 장소에는 자연장지가 꾸려져 있다. 6만8천976㎡ 규모의 자연장지는 잔디장(가온마루)과 수목장(미리별동산)으로 이뤄져 있으며, 2015년 399건의 이용실적이 2020년에는 2천628건으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이용기간은 30년으로, 부부합장·가족장·종중장은 기간 연장이 가능하다. 올해는 화초장, 어린이 장지(산골장, 잔디장)가 개장할 예정이다.
□ SK그룹의 지원과 행정수도 신도시 세종시의 만남
세종 은하수공원의 가장 큰 특징은 민간 기업이 자발적으로 조성했다는 점이다. SK그룹의 최종현 회장은 폐암으로 갑작스레 세상을 등지기 전 “내가 죽으면 반드시 화장(火葬)하고, 훌륭한 화장시설을 지어 사회에 기부하라”는 유언을 남겼다. 묘지 난립으로 좁은 국토를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점을 평소 안타까워했던 최 회장이 사회지도층 인사 중 처음으로 화장을 택하면서 장례문화를 선도한 것이다. SK 최종현 회장은 생전에 하늘길을 주로 이용했는데, 공중에서 내려다본 국토가 묘지로 가득 찬 것을 보고 ‘이래서는 안되겠구나’고 생각했다고 한다. 최 회장의 시대를 앞선 유언은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고 그의 사후 한 달 만에 ‘한국 장묘문화개혁 범국민협의회’가 결성돼 ‘화장 유언 남기기 운동’이 전개될 정도로 국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이후 SK는 최종현 회장의 유언에 따라 2010년 1월 은하수공원에 장례시설을 준공해 세종시에 기부했다. 물론 이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SK그룹은 화장장을 혐오시설로 보는 사회적 인식 때문에 터 선정에 난항을 겪었다. 애초 화장장 건립을 구상한 곳은 서울이었으나 지역민들의 반대 등에 부딪혀 진척이 없었다. 그러던 중 마침 세종시가 행정수도로 건설된다는 소식이 나왔고, 최종적으로 세종시가 낙점됐다. 이후의 과정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2007년 말 현재 터를 확보하고 착공한 지 2년여 만에 시설 공사를 마무리했다. LH공사에서 은하수공원 조성에 200억원을, SK에서 장례문화센터 조성에 500억원을 들여 현재 모습을 갖추고 이를 세종시에 기부채납했다.
시민들과의 갈등이 거의 없었다는 점도 은하수공원이 현 모습을 갖추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세종시가 조성되면서부터 은하수공원도 동시에 개발을 시작했기 때문인데, 장사시설이 보통 기피시설로 여겨지고 있음에도 은하수공원만은 타지역과는 달리 큰 반대를 겪지 않고 시민의 품으로 들어왔다. 이렇듯 한번에 모든 시설이 들어오기 쉽지 않다는 일반적인 통념을 깨고 예외적으로 건립된 은하수공원은 여유 있는 부지로 인해 확장성 측면에서도 큰 장점을 가지고 있다. 즉 조그마한 규모로 시작해 점점 부지를 넓혀나가는 게 일반적인데, 은하수공원은 면적 전체가 다 장지라고 보면 되는 것. 실제로 건립 11년차에 접어들었으나 장지가 전체의 10퍼센트 정도밖에 차지 않아 이를 제외한 모든 곳이 공원으로 남아 있다.
이 외에도 공립 의료원 등이 아닌 이상 종합장사시설 중에 장례식장 등을 직영하는 경우가 드문데, 화장장과 장례식장 등 시설 대부분을 직영한다는 점 역시 은하수공원만의 장점이다. 이런 장점에 따른 혜택은 유족들과 지역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고 있다. 장사시설을 이용하는 비용이 전국적으로 가장 저렴한 수준인 동시에, 매점·카페의 운영권과 장지 표지석 및 봉안당 위패 판매권을 지역민에게 줘 상생의 모범을 보이고 있다.
□ 장사시설과 도심공원의 두 마리 토끼를 잡다
“여기가 장사시설이라고?”
아마 미리 알고 오지 않았더라면 대부분은 이곳을 장사시설로 느끼지 못할 것이다. 이는 바로 세종 은하수공원이 건립 당시부터 공원형 장사시설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도심과 가까운 곳에 위치해 언제나 방문할 수 있고, 잔디장과 수목장만 운영해 묘지가 없어 외관상으로도 공원처럼 보인다. 입구가 2곳인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정면을 기준으로 오른쪽 출입구는 장사시설이 단계적으로 조성돼 있으나, 후문으로 불리는 왼쪽 출입구는 시민공원으로 바로 이어져 중앙 상징탑까지 가지 않는 이상 장지 등과 마주치지 않는다.
최신 시설로 만들어져 환경적인 부분에도 많이 신경을 썼다. 아직까지 유해물질 배출 등의 민원이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실제로 세종시민 가운데서는 장사시설인 줄 모르고 방문하는 경우도 많다는 게 은하수공원 측의 설명이다. 훌륭하게 갖춰진 외관에 따른 이점은 또 있다. 각종 드라마나 영화 촬영지로 문의가 많이 들어와 장사시설에 대한 혐오를 줄이고 자연장을 홍보하는 역할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또한 야생화 단지로 꾸민 아름다운 생태공원에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등에서 놀이 및 소풍장소로 많이 찾기도 한다. 어린이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도 피크닉 명소로 잘 알려져 있으며, 특히 애완견주들에게는 애완견과 산책을 즐길 최고의 장소로 각광을 받고 있다. “일상의 휴식과 인생의 휴식이 공존하는 곳”이란 슬로건에 딱 맞아떨어지는 셈이다.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전인 2019년까지는 축제가 진행되기도 했다. 은하수축제라는 이름의 축제에서는 야외무대에서 어린이 사생대회도 진행하고, 푸드트럭도 자리를 잡아 해마다 만 명 이상이 모인 가운데 성황리에 거행됐다. 이 외에도 자연장지 등의 모든 시설명을 주민공모를 거쳐 지음으로써 주민들과 함께하는 시설로 다가가고 있다.
/전준혁기자 jhjeo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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