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회장 경쟁후보에 세제 섞인 음료수 전달한 고교생 재판 넘겨져<br/>후배에 활 쏜 ‘양궁부 학폭’ 관련해서는 새로운 피해 사실 등장 논란
경찰과 경북도교육청에 따르면 지난달 14일 예천의 한 고등학교 기숙사에서 학생회장 선거에 출마한 A양이 세제가 섞인 음료수를 모르고 마신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A양과 함께 있는 학생들은 음료수를 맛본 뒤 특정 세제가 섞인 것으로 의심해 기숙사 사감에게 신고했다. 음료수를 먹은 A양은 병원에서 검사를 받았지만 다행히 건강에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 측은 자체 조사를 진행했으나 누구의 소행인지 밝힐 수 없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 음료수는 A양과 함께 학생회장 선거에 출마한 동급생 B양이 A양 자리에 놓아둔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B양이 편의점에서 음료수를 구매한 영상을 확보한데 이어 B양으로부터 범행 일체를 자백 받고, B양을 특수상해미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대구지검 상주지청은 이달 초 B양을 재판에 넘겼다.
지난 4일에는 예천의 한 중학교에서 양궁부 3학년 C군이 3m 거리에서 1학년 D군을 활로 쏴 상처를 입히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학교는 도쿄올림픽에서 금메달 2개를 목에 건 김제덕 선수의 모교로 알려져 충격을 더했다.
화살은 D군의 옷을 뚫고 들어가 등에 1㎝ 가량의 상처를 냈다.
이 사건으로 D군은 1주일 넘게 병원 치료를 받았지만 현재 극심한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D군 부모는 “같은 초등학교 출신 선배인 C군이 수년 전부터 머리를 때리는 등 아들을 괴롭혀 왔다”고 주장했다.
C군은 또 다른 양궁부 후배들을 괴롭혀왔다는 주장이 제기돼 교육당국이 진상조사를 벌이고 있다.
사회 파문도 이어지고 있다.
23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이번 양궁부 화살 사건과 관련 ‘학교폭력을 두고 볼 수 없다’는 취지의 청원이 올라왔다.
대한양궁협회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도 ‘최근 일어난 중학교 양궁부 학교폭력사건 피해자의 친형입니다’라는 제목의 글도 올라왔다.
글쓴이는 “가해자에게 확실한 처벌을 바라는 마음에서 글을 남긴다”며 “동생은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양궁을 해왔고 4~5학년으로 올라갈 때쯤 주변 선배에게 학교 폭력을 당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당시 가해자를 다른 학교로 보내는 것으로 합의했고 예천에 양궁부가 있는 학교가 딱 한군데라 중학교에 가서도 만나는 상황이었다”며 “그런데 최근 우연히 동생의 등쪽을 보게 되었는데 큰 상처가 생겨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1~2주일 정도 지났을 때쯤 ‘양궁부 선배가 활을 쐈다’고 말해줬다”면서 “활로 제 동생을 쏜 살인 미수범에게는 다시 활을 잡을 권리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경찰은 C군 등을 상대로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으며 경북교육청은 27일 학교폭력심의위원회를 열어 가해 학생의 처벌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다.
경북도교육청 관계자는 “해당 학교 관련 사건으로 여론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고 피해자 측의 새로운 피해 사실이 잇따르고 있어 진상을 파악하는데 집중하고 있다”며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진위 여부를 가린 뒤 엄중히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민들은 “사람에게 활을 쏜 것은 어떤 이유로든 용납할 수 없다”며 “가해자가 어리다고 해서 온정주의적인 처벌로 흘러가선 안 된다. 제2, 제3의 사건을 방지하기 위해선 시급히 대책마련을 해야 한다”고 했다. /정안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