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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 살리기 나선 이웃들 ‘진심이 통했다’

김재욱기자
등록일 2021-08-08 20:22 게재일 2021-08-09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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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구 대명 2동 한 골목<br/>저장강박증 앓는 주민<br/>집 안팎 각종 쓰레기 산더미<br/>장성숙 복지통장 나서<br/>식사·옷가지 대접 친밀감 형성<br/>주민들도 힘 보태며 적극 도와<br/>‘죽은 골목’서 깨끗한 골목으로
주민들의 손길이 닿기 전 잡동사니와 쓰레기로 가득한 A씨의 집 (왼쪽)과 지난달 26일 주민들이 힘을 모아 정리를 마친 후 깨끗한 골목의 모습으로 변신한 모습. /대구 남구 제공

죽어가던 마을 골목이 주민 소통으로 되살아났다. 오랫동안 악취와 해충 등으로 고생하던 마을의 고질적 문제 해결을 위해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움직였고, 행정이 이를 뒷받침하면서 모두가 만족한 결과를 이끌어냈다.

대구 남구 대명 2동의 한 골목에는 주민 A씨가 쌓아둔 각종 쓰레기들이 가득했다. 저장강박증을 앓는 A씨는 항상 외출하고 집에 돌아올 때마다 손에 무언가를 가지고 돌아와 집 안팎에 쌓았다. 쌓인 쓰레기들은 집 대문을 넘어 골목까지 자리를 차지했고, 오랜시간 방치되면서 악취와 해충이 들끓었다. 통행에 불편을 느낀 주민들이 하나둘씩 이곳을 피해가면서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죽은 골목이 됐다.

상황이 심각해짐을 인지한 주민들이 골목을 살리기 위해 먼저 나섰다. 그 중심에는 장성숙 복지통장이 있었다. 평소 돌발행동과 과격한 언행으로 다가가기 어려웠던 A씨에게 장 통장은 식사를 비롯, 각종 옷가지를 제공하면서 거리감을 좁혔다. 골목을 살리자는 일념 하에 장 통장은 더많은 주민들의 참여를 독려하는 데도 앞장섰다. 이러한 소식을 접한 대명2동행정복지센터는 A씨와의 정신 상담을 진행하는 동시에 집 청소 동의를 받아내는 등 기대에 부응했다.

민관 합동으로 진행된 골목살리기 프로젝트 결과, 지난달 26일 쓰레기로 가득했던 골목이 깨끗해졌다. 주민들의 합심(合心)이 이뤄낸 작지만 큰 변화였다. 냄새가 사라지면서 주민들의 발걸음과 웃음이 골목을 채웠다. 이에 그치지 않고 주민들은 A씨의 허락을 얻어 벌초, 담장 도색, 집안 내부 청소 등 추가 작업을 오는 13일 실시할 계획이다.

동네 주민인 김 모씨는 “동네에 기적이 일어났다. 혼자서는 아무리 얘기해도 안 되는 일이었는데 이런 일이 일어났다”며 “이번 일로 부족하지만 동네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연습하게 됐으며, 재개발, 재건축으로 사려져 가는 도심 속 마을공동체의 힘을 발견하는 소중한 경험이 됐다”고 말했다.

조재구 남구청장은 “한 사람의 선한 도전이 골목을 살리고, 이웃을 살리고, 마을을 살렸다”면서 “골목으로 나온 이웃들은 함께 고민을 나누고, 공동의 문제에 대처하며 힘을 모아서 떠나가는 마을이 아닌, 살고 싶은 동네로 만든 점이 큰 본보기가 됐다”고 전했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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