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운전자 폭행 3천여명 입건<br/> 지역서도 관련 사건 잇따르자<br/> 지자체 보호 격벽 설치 서둘러<br/>“승객과 분리 좋지만 좁고 불편”<br/> 시범설치결과 부정 반응 다수<br/> 문제 본질과 맞지 않다 지적도
“술에 취한 사람 태울 때가 제일 무섭죠. 손님 가려 태울 수도 없고 참….”
포항에서 11년째 택시를 운전 중이라는 박모(67)씨는 저녁시간 손님을 태울 때면 매번 긴장한다. 동료 기사들이 만취 손님에게 폭행을 당했다는 소식이 끊이지 않는 까닭에 그는 유흥가가 몰려있는 영일대해수욕장 인근에서 늦은 저녁 술에 취한 손님과 마주할 때마다 핸들을 움켜잡는다. 여성 택시기사인 이모(53·포항시 남구)씨도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딸이 사준 가스분사기를 손이 가는 곳에 숨겨둔 채 불안에 떨며 운전을 하고 있다.
이처럼 택시기사들이 폭력의 위험에 노출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경찰청 통계를 보면 ‘운전자 폭행’은 매년 전국에서 2천∼3천여건씩 꾸준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운전자 폭행으로 붙잡힌 인원은 3천41명으로, 2018년보다 20%가량 늘었다. 지난 2월 23일 포항에서는 길을 돌아간다고 오해한 탑승객이 택시기사를 무차별 폭행한 데 더해 택시 안에 있던 ‘자세교정의자’까지 들고 도망가는 택시기사를 뒤쫓아 폭행한 사건이 발생했고, 지난해 10월 대구에서는 목적지를 묻는 70대 택시기사에게 욕설과 폭력을 행사한 남성이 최근 대구지법 제11형사부(부장판사 이상오)에서 300만원의 벌금형을 맞았다.
사고를 미리 방지할 방법 중에서도 ‘격벽’ 설치가 가장 먼저 꼽힌다. 버스처럼 택시 운전자 주변으로 플라스틱 등의 재질의 벽을 설치해 승객과 분리시키는 방법이다. 경북도에 따르면 올해 23개 시군 중 13개 시군에 총 14억4천여만원의 예산으로 격벽 설치와 같은 ‘세이프택시’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포항시 역시 3억여원의 자체 예산을 투입해 오는 8월 중순께 포항지역 법인과 개인택시 2천여 대에 격벽을 설치할 계획이다.
포항시 관계자는 “업체를 선정해 계약까지 마무리하면 8월 중순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법인과 개인 전체 택시 다 설치할 예정”이라며 “코로나19 확산 방지 효과와 함께 택시 운전자들이 당하는 폭행을 미리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정작 택시업계에서는 격벽 설치 사업에 고개를 젓는다. 격벽을 설치하게 되면 안그래도 좁은 차량 안에서 택시기사의 행동반경이 협소해져 불편함만 커지고, 혹시 모를 대형사고 발생 시에 격벽의 존재가 구조대원들의 활동에 애로를 줄 수 있다는 우려섞인 목소리가 많다. 통상적으로 차량 내에서가 아니라 목적지에 도착해 취객을 깨우거나 하는 바깥의 상황에서 시비가 발생하는 경우가 빈번하다며, 문제의 본질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강정수 전국택시산업노동조합 포항시지부장은 “시범으로 설치해본 택시기사들의 반응은 안좋은 편이다. 좁은 차량에서 더욱 갇힌 기분이 들고, 모두가 불편하다고 하더라”며 “장단점이 있겠지만, 문경이나 영주 등의 사례를 보면 부정적인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이바름기자 bareum90@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