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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경찰·언론인에 금품’ 포항출신 가짜 사업가에 지역 술렁

이시라기자
등록일 2021-06-30 20:40 게재일 2021-07-01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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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매매 사업 투자” 미끼로<br/>  투자자들로부터 116억 가로채<br/>  조사 과정서 접대 사실 드러나<br/>  지역선 베일 싸인 인물 궁금증만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가 부장검사, 총경, 논설위원, 앵커 등에게 고가의 골프채와 시계 등이 건네진 단서를 잡고 수사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금품과 향응을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는 당사자가 포항출신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30일 지역이 크게 술렁였다. 또 이날 하루 서울 등 외지로부터 ‘어떻게 된 일인지’를 묻는 전화 등 문의가 빗발쳤다. 부장검사와 총경 등은 포항지역 근무 등의 인연이 있고 문제의 당사자가 포항 출신으로 알려져 사실여부를 확인하려는 전화였다.

이날 검찰과 경찰, 신문, 방송업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당사자는 포항의 모 고교와 경산소재 모 대학 법학과를 졸업한 김모(44)씨.


그는 7명의 투자자로부터 116억원을 가로챈 혐의 등(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공동공갈 교사, 공동협박)으로 지난 4월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2018년 6월과 올해 1월 사이에 “오징어 채낚기 선박 매매 사업 등에 투자하면 돈을 불려주겠다”고 했으나 어선투자 사업을 한 사실이 없자 투자자들이 고발했었다.


사기 피해 선에서의 단순했던 이 사건은 경찰이 조사 과정에서 검사·언론인·경찰 등과 친분이 있고, 그들에게 현금뿐 아니라 고가의 시계와 지갑, 중고차와 골프채 등을 제공하고 향응 접대 등을 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증폭됐다. 특히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변인을 지냈던 언론인도 연루된 것으로 소문나면서 일파만파로 커졌다.


더욱이 김씨가 평소 재력가 행세를 하며 자신과 관련한 행사에 정치·언론·문화계 유명 인사들을 참석케 하는 등 인맥을 과시한 정황마저 속속 나오고 있어 이 사건이 어디까지 번질지도 관심이 쏠렸다. 김씨는 주변에 자신이 1천억원 상당의 유산을 물려받고 포항 구룡포항에 어선 수십척과 풀빌라, 고가의 외제차량을 소유하고 있는 것처럼 행세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김씨가 서울 등지에서 재력을 과시했던 부분 등은 대부분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포항에서는 이날 지역에서는 거의 드러나지 않은 김씨가 서울 등지에서 어떻게 그리 유명인들과 교류했는지가 더 큰 화제가 됐다. 서울 장안에서 크게 나간 인물이라면 포항에서도 어느 정도는 알텐데 그를 기억하는 인사는 찾아보기 어려웠던 것.


김씨의 고교시절 담임교사들은 “그는 매우 조용했고 차분했었다”면서 동기회에도 거의 나오지 않았다고 기억했다. 김씨 동기생들은 “학교 시절이나 졸업 후에도 은둔생활을 하다시피했었다”면서 고위층과 놀았다는 것 자체가 그저 놀라울 뿐이라고 말했다.


포항 구룡포읍 병포3리에서 태어난 김씨는 부모가 모두 세상을 떠나 현재 고향에는 직접적 연고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사건 전까지 구룡포에서 생활하고 있는 몇몇 친구와는 연락을 주고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이 확대되면서 김씨의 행적도 하나둘씩 나오고 있다. 구룡포의 한 인사는 “김씨는 지난 2016년 사기혐의로 구속됐다가 석방된 후 구룡포에서 3개월여간 머물며 오징어채낚기어선을 탔었다”고 했다.


포항역내 수협 한 관계자들은 “몇 년 전에 구룡포항에 봉이 김선달 같은 이야기를 하고 다니는 사람이 있다고 들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김씨였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해 5월, 3대3 농구 사업을 하는 모 사단법인 중앙회장에 취임한 후 경북도내 시군에 경기개최를 요청했었으나 코로나 등의 여건으로 성사시키지는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몇년전 구속됐다 나온 후 생계를 위해 배에 올랐던 그가 그 짧은 시일안에 100여억원대의 사기 행각을 벌인데다 일반인들이라면 상상도 못할 유력 인사들과 교류할 수 있었는지에 의문을 제기하는 층도 있다. 누가 배후에서 봐주지 않았다면 과연 가능했겠느냐는 시각인 것이다. 사건이 커지면서 이날 포항에는 중앙언론사 기자들이 몰려 드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지역의 한 사회단체장은 “좋지 못한 일이 포항을 중심으로 발생해 부끄럽다”고 안타까워했다.


현재 SNS상에는 김씨와 관련해 B물산대표, 유니세프와 다문화가족협회 후원회장 등의 다양한 경력과 행사관련 동영상 등이 확인되고 있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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