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 마스크를 안 벗으려고 합니다. 점심에 밥을 받아서 그냥 버리는 학생이 많습니다.”
어느 중학교 교사의 말이다. 그의 말에는 아쉬움과 함께 안타까움이 가득 담겨 있었다.
“도저히 부끄러워서 마스크를 못 벗겠다고 합니다. 식당 가림막이 투명이어서 마스클 벗으면 모든 학생이 자신의 맨얼굴을 볼 건데, 밥을 안 먹었으면 안 먹었지 벗을 수가 없다고 너무도 단호하게 말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저도 학생들 얼굴을 모릅니다.”
이 말을 듣는 순간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에 근무했던 학교의 학생이 생각났다. 그 학생은 마스크 때문에 거의 매일 교무실에 불려왔다. 그 당시에는 교실이나 학교에서 이유 없이 마스크를 쓰는 것을 교사들은 허용하지 않았다, 아니 싫어했다. 마스크 쓰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 많은 교사는 “지시 불이행” 항목을 적용해 그 학생에게 벌점 폭탄을 내렸다.
그런데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상황은 역전됐다. 이제 학생들은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벌점을 받는다. 코로나19 예방이라는 거역할 수 없는 명분에 학생들은 학교는 물론 집 안팎 모든 곳에서 마스크 안에서 산다. 마스크 착용 의무화 법률까지 정해졌으니, 할 말 다했다. “어떤 학생은 성형수술을 하기 전까지는 코로나가 끝나도 절대 마스크를 벗지 않겠다고 합니다. 문제는 이런 학생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마스크에 숨은 아이들 모습이 안타깝습니다.”
작년에 마스크 대란이 일어날 때까지만 하더라도 이런 일이 발생할지 예측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마스크가 인류를 구한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부작용 또한 크다. 마스크가 막은 것은 코로나19 바이러스뿐만이 아니다. 다른 사람에게로 가는 소통의 길까지 막아버렸다.
마스크는 가면과도 같다. 가면을 오래 쓰고 있으면 내가 누군지를 잊어버리는 것처럼 마스크를 쓴 사람들은 자신의 본 모습을 잃어가고 있다. 우스갯소리로 마스크를 벗은 자신 모습에 기겁(氣怯)하는 사람도 있다고 하니 문제는 문제다. 성인들이 이러한데 학생들은 오죽할까?
코로나19의 가장 큰 부작용은 학생들의 사회성 결여다. 사회성 형성의 기본은 만남이다. 하지만 작년부터 학생들은 만남의 기회조차 잃어버렸다. 그러니 사회성이 길러질 리가 만무하다. 그래서 최근에는 관계의 어려움을 호소는 학생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마스크 무도회와 같은 학교에서 과연 우리 학생들은 무엇을 배울까?
코로나19도 이제 서서히 종점을 향하고 있다. 사회 많은 부분에서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 중이다. 하지만 학교는 여전히 학력 격차 해소와 같은 의미도 없는 성적 이야기뿐이다. 코로나19가 끝나고 학생들이 계속 마스크를 쓰겠다고 하면 과연 그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이제라도 제발 공부 병에서 벗어나 하루에 잠시라도 마스크를 벗고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만들어주자. 마스크를 벗었을 때의 혼돈은 지금의 혼돈과는 비교도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