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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생각하지 말아야 할까

등록일 2021-06-02 20:21 게재일 2021-06-0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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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규열 한동대 교수
장규열 한동대 교수

기자에게 물어보자. 판단은 독자가 할 것이므로 기자는 생각을 기사에 적으면 안 된다는 주장이 있다. 사실만 전달하고 생각을 얹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기자는 팩트만 충실히 전하면 되는 것이지, 벌어진 일에 대한 판단을 하지 말라는 원칙이란다. 생각은 기자의 몫이 아니라는 주장. 팩트를 중심으로 당신이 목격한 사실만으로 기사를 적으며 기계적인 중립을 유지하라는 권고. 왠지 그럴듯해 보인다. 그래야만 할 듯도 하다. 언론이 전하는 기사가 독자의 의견에 영향을 주게 되면, 왠지 언론이 독자를 쥐고 흔드는 게 아닐까. 생각하고 판단할 공간과 여유를 언론에 선점당하는 느낌이 들어 언론은 정말 그래야만 할 것처럼 보인다. 언론은 그냥 사실만 전하라, 생각은 우리가 한다.

20세기 초반 월터리프먼(Walter Lippmann)은 ‘기계적 중립은 저널리즘의 원칙이 아니며, 피상적 중립이라는 모호한 결과를 낳게 되어 건강한 담론형성을 해칠 수 있다’고 하였다. 기사작성에 있어 기자의 양심을 숨기고 기계적인 중립을 지키려고 하는 태도는 언론을 통한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음을 지적한 것이다. 중립적인 기사작성이 허구적인 구호에 불과할 것임을 예견한 것이다. ‘저널리즘의 원칙들(The Elements of Journalism)’을 저술한 코백(Bill Kovach)과 로젠스틸(Tom Rosenstiel)은 언론인이 명심해야 할 열 가지 원칙들을 제시하면서 그 가운데 하나로 ‘언론인은 개인적 양심을 표현할 의무가 있다(Journalists have an obligation to personal conscience.)’고 하였다.

‘표현할 수 있는’ 소극적 자유를 넘어 ‘표현해야 하는’ 적극적 책임을 천명하였다. 모든 언론인은 사안을 대함에 있어 윤리와 책임에 따른 도덕적 기준을 가져야 하며, 자신의 양심과 생각을 분명하게 표현하여야 하고, 자신뿐 아니라 타인의 같은 책임을 인정해야 한다고 하였다. 정확하고 공정하며 독자중심으로 생각하는 독립적이며 용기있는 기사를 생산하기 위하여, 기자는 자신의 관점을 공개적으로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 디지털 세상을 만나 폭증하는 다양하고 복잡한 관점들을 책임있게 전달하고 해석하면서 본인의 양심과 소신을 분명하게 드러내야 한다. 공정함과 정확함을 유지하면서 견해를 당당하게 표출하여 타인과 견주는 용기가 오늘 언론에 요청된다는 것이다.

‘양심의 표현’이 혹 언론의 객관성을 해치지는 않을까. 사실을 취재하고 보도하여야 함에는 변함이 없다. 언론의 객관성은 이제 취재와 보도에서 공정함과 투명함을 유지하며 팩트를 철저하게 검증하여야 할 책임을 의미한다. 객관성은 중립성을 뜻하지 않는다. 객관성이 의견없음을 말하는 게 아니다. 독자는 어찌해야 하는가. 독자는 소비자주권을 발휘하여 뉴스를 선택할 권리를 가진다. 다양한 관점을 포괄적으로 섭렵하면서 건강한 판단에 이르도록 미디어리터러시(media literacy)를 발휘해야 한다. 생각이 살아있는 언론을 꽃피워야 한다. 언론이 싱싱해야 민주주의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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