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나라는 몇 시일까요? 문제를 해결한 팀은 손을 들어 주세요!”
선생님의 질문에 모든 학생이 손을 들었다. 하지만 아이들의 표정이 이상했다. 필자를 제외하고 모두 어두웠다. 그 표정을 이해하지 못한 필자는 연신 손목시계만 보았다.
“각 팀에서 찾은 시간을 학습지에 적어주세요. 그러면 선생님이 확인하겠습니다.”
학생들은 팀별로 모여 마지막으로 팀원 간 의견일치를 본 다음 학습지에 시간을 적었다. 역시 이해를 못 하는 것은 필자뿐이었다. 선생님이 지나갈 때 학생들은 의연한 표정으로 자신들이 쓴 시간을 보여주었다. 교단으로 온 선생님은 모든 팀이 정답을 맞혔다고 하였다. 그 순간 환호성이 일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선생님도 학생들도 숙연해졌다.
“지금 우리나라 환경위기시계의 시간이 얼마인지 다 같이 말해볼까요!” “9시 46분입니다.”
환경위기시계라는 말에 필자는 갑자기 뒤통수를 뭔가로 세게 맞은 듯 멍했다. 지금까지 생태교육을 한답시고 이곳저곳에서 강연 아닌 강연을 했던 필자이다. 그런데 환경위기시계라는 말은 처음 들었다. 학생들 보기가 부끄러웠다. 정말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고 싶었다.
그래서 강연장 맨 뒤로 가서 빠르게 환경위기시계를 검색했다. 미안함에 손이 떨렸다.
“전 세계 환경전문가들이 느끼는 인류생존 위기감을 시간으로 표시하는 것으로 (중략) 환경위기시계는 ‘00:01~03:00→불안하지 않음, 03:01~06:00→조금 불안함, 06:01~09:00→불안함, 09:01~12:00→매우 불안함’으로 구분해 표시한다. 환경위기시계가 나타내는 12시는 ‘인류생존이 불가능한 마지막 시간’, 즉 ‘인류 멸망 시각’을 의미한다. 2020년 한국은 09:56이다.”
검색 글을 보면서 필자의 입에서는 놀람의 탄성이 멈추지 않고 나왔다.
“12시의 의미가 지구 멸망이라고 할 때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2시간 정도입니다. ”
설명을 듣는 학생들의 얼굴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했다. 진지(眞摯)함이 결연(決然)함으로 바뀌는 데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강의 끝부분에 선생님은 물었다.
“인류 멸망을 막기 위해서 청소년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아이들은 저마다의 각오를 외쳤다. 그중에 한 학생의 말이 유독 크게 들렸다. “우리가 힘을 합쳐 환경위기시계를 거꾸로 돌려야 합니다.”
시계를 거꾸로 돌려야 한다는 학생의 말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주말 동안 필자는 그 방법을 생각해보았다. 그러다 우연히 튼 뉴스에서 P4G 정상회의에 관한 이야기를 보았다. 녹색 성장과 글로벌 목표 2030을 위한 연대의 줄임말인 P4G! 이번 서울 회의의 주제는 ‘포용적인 녹색 회복을 통한 탄소중립 비전 실현’이라고 했다. 필자는 오히려 그 회의가 탄소를 더 많이 배출한다는 사실을 참가국 정상들에게 꼭 말하고 싶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만약 교육위기시계가 있다면 지금 우리나라 교육은 몇 시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