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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백성’이라야

등록일 2021-02-21 19:44 게재일 2021-02-2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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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휘 논설위원
안재휘 논설위원

4월 보궐선거가 다가오면서 여야 정치권의 난타전이 날로 격화되고 있다. 여권은 점증하는 집권세력에 대한 비판과 폭로를 제압할 요량으로 공작에 가까운 정치 이슈 생산을 감행하기 시작했다. 조금만 세상을 깊이 들여다보는 사람이라면 금세 알아차릴 수 있는 장난질들이다. 작금 연일 벌어지는 일들을 획책하는 측에서는 ‘정략의 묘수’라고 할지 몰라도, 객관적인 입장에서는 망국적 ‘국민 모독’으로 읽힌다.

지난 1년여 사이에 일어난 검찰의 혼란이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검찰의 수사를 뭉개기 위해 권부가 일으킨 소란이라는 것은 상식이다. ‘검찰개혁’으로 포장된 ‘검찰 장악’ 내지는 ‘검찰 해체’ 공작은 ‘추-윤(추미애-윤석열) 전쟁’이라는 전대미문의 혼란을 넘고서도 여전히 굴러가고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로도 끝내 검찰의 칼을 완전히 빼앗지 못하자 이번에는 ‘중대범죄수사처’를 들고나와 검찰을 아예 쭉정이로 만들자고 돌진하고 있다.

국정원이 던져준 ‘이명박(MB) 정권의 불법사찰’ 폭탄을 받아서 마구 터트려대고 있는 집권 더불어민주당의 집중포화가 누구를 겨냥한 것인지는 삼척동자도 다 안다. 부산 보궐선거전에서 선두주자로 떠오르고 있는, MB정권 때 정무수석이었던 박형준 후보를 거꾸러트리려는 은밀한 정치공작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여당 정치인들이 번갈아 나서서 “고백하라”고 아우성이더니 입법 추진을 위한 당내 TF팀까지 설치하겠단다.

서울시장 선거전에서 가장 뜨거운 정책 이슈는 역시 ‘부동산’ 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토교통부에 대해 “부처의 명운을 걸라”고 주문했고 변창흠 장관은 전국에 83만6천 가구의 주택을 보급하기로 한 2.4주택 공급정책과 관련해 “7월까지 사업지역을 선정해 올해 내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규제만 외치던 정부가 이젠 붕어빵 찍어내듯 ‘공급’ 청사진을 마구 찍어낸다.

무지개 바람개비 돌리기에 대통령도 직접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의 오찬 간담회에서 “코로나에서 벗어날 상황이 되면 국민 위로 지원금, 국민 사기 진작용 지원금 지급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 한복판에서 ‘코로나에서 벗어날 상황’이라는 전제의 선심공세는 아무리 보아도 좀 이상하다. 야당은 대통령을 향해 “매표(賣票) 행위”라는 맹비난을 쏟아내는 중이다.

단순한 논리로 말하면, 정치권에서 ‘속 보이는’ 장난질이 계속되는 이유는 ‘그게 통하기 때문’이다. 그런 포퓰리즘 장난질이 무효하다면 정치꾼들이 왜 얼굴에 철판 깔고 정치공작을 벌이고 선동에 혈안이 될 것인가. 아이러니컬하게도, ‘씨알의 소리’를 창간해 민중운동을 전개하면서 반독재민주화운동에 힘을 기울였던 바보새 함석헌(咸錫憲) 선생의 “생각하는 백성이라야 산다”던 외침이 떠오른다.

시대를 앞서가는 혜지를 지닌 새로운 인재와 시스템과 사상을 발굴해내야 할 절박한 시점이다. ‘생각하는 백성’, ‘깨어있는 국민’이 아니고는 이 나라를 지켜낼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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