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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

등록일 2021-02-02 19:24 게재일 2021-02-0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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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욱 시인
김현욱 시인

정재찬 교수와 정재승 교수를 착각하여 지난 글에 정재승 교수의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이라고 오기를 했다. 정재찬으로 정정한다. 정재찬 교수는 ‘시를 잊은 그대에게’라는 베스트셀러가 있다.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은 2020년 2월에 출간했다.

책은 ‘밥벌이’, ‘돌봄’, ‘건강’, ‘배움’, ‘사랑’, ‘관계’, ‘소유’로 나누어 모두 7장으로 쓰여졌다. 정재찬 교수가 생각하는 ‘인생이라 부를 만한 것들’의 목록이다. ‘토요일의 인천공항’이 재미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SNS 속 텍스트에 나타난 감정 어휘를 위치 기반 정보에 입각해 분석해보면, 언제나 행복도가 가장 높게 나오는 특정 지역이 있다고 한다. 바로 인천국제공항. 토요일의 인천공항은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곳이다. 그러면서 김훈의 ‘밥벌이의 지겨움’이라는 글을 곁들인다. 밥벌이의 비애와 토요일의 인천공항이라니. 토요일의 인천공항은 일상에서 가장 멀어진 시공간이 된다. 먹고살기 위해 매일같이 일하는 일상이 없다면, 토요일의 인천공항 같은 특별한 시공간도 별다른 의미가 없을 것이다. 인천공항이 밥벌이의 터전인 사람들도 수 천명은 될 테니까.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키팅은 학생들에게 “의술, 법률, 사업, 기술, 이 모두가 고귀한 일이고 생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일이지만, 시, 아름다움, 낭만, 사랑, 이런 것들이야말로 우리가 살아가는 목적”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정재찬 교수는 “우리의 꿈은 명사가 아니라 형용사이어야 할지 모릅니다. 우리는 누구나 ‘무엇인가’가 되고 싶어 합니다. 그 무엇은 명사겠지요. 의사, 교사, 공무원, 회사원 같은 것들 말입니다. 그런데 그런 것들, 가령 명사 ‘교사’는 이삼십 대 안에 되든지 안 되든지가 결정이 납니다. 하지만 가령 형용사 ‘존경스러운’ 교사는 정년까지도, 아니 평생토록 이루기 힘듭니다. 생의 목표는 그런 게 되어야 하지 않을는지요.”라고 조용히 일러준다. 우리 인생의 목표가 시, 낭만, 아름다움, 사랑이 넘치는 삶이기를 바라는 것이다.

인생은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라고 찰리 채플린이 말했다. 원문을 직역하면, “인생은 클로즈업으로 보면 비극이지만, 롱숏으로 보면 희극이다.”가 된다. 느낌이 달라진다.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이다. 삶을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나만 빼고 모두 행복한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누구나 각각의 사연으로 아픔을 품고 산다. 누구나 소소한 기쁨으로 삶을 살아간다. 정재찬 교수는 행복하려면 자기 자신을 약간 떨어진 자리에서, 좀 더 객관적 시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대상에 대한 적당한 거리와 시간의 간격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목표가 이끄는 삶처럼 거창할 필요는 없다. 소소한 행복의 즐거움과 삶의 감사함을 아는 일상을 사는 것이 어쩌면 진정한 행복의 비밀인지 모른다. 마음만 바꿔먹으면 일상이 토요일의 인천국제공항이 될 수 있는 것처럼. 꽉 막힌 퇴근길, 차창 밖 노을이 한 편의 근사한 미술작품이 될 수 있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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