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출신 정수정, 첫 영화서 임신부 역 열연 “처음엔 망설였지만 대본이 재밌어서 하게 됐죠”
5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카페에서 만난 배우 정수정은 영화 ‘애비규환’에서 연기한 토일이처럼 당차고 유쾌한 모습이었다.
영화는 재혼가정에서 자란 대학생 토일이가 혼전임신을 하게 된 후 친아빠를 찾아 나서는 이야기다. 사실 정수정의 ‘애비규환’ 출연 소식은 많은 사람을 놀라게 했다. 그가 맡은 토일역이 임신부이기 때문이다. 아이돌 멤버의 첫 스크린 데뷔작으로는 의외의 선택이었다.
정수정 역시 임신부 역할을 처음부터 흔쾌히 받아들인 것은 아니다. 그는 지난 3일 시사회 직후 열린 간담회에서 임신부 연기가 어땠느냐는 질문에 크게 한숨부터 쉬었다. 그러면서 “너무 큰 도전이라 망설였는데 대본을 읽고 재밌어서 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수정은 “작품 전에 다이어트를 하고 있었는데, 볼살을 더 찌워야 한다고 했다”며 “이후부터 잘 챙겨 먹었다. 평상시에 몸무게를 잘 안 재서 정확히는 모르지만, 많이 찐 것 같다”며 웃었다.
물론 쉽지만은 않았다. 임신 5개월차의 배 모양을 연출해야 해서 촬영 내내 복대를 차고 있어야 했다. 지난해 무더운 여름 촬영을 하면서 배에 땀이 차 힘들었다고 했다. 촬영장소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덥다는 대구 로케이션도 있었다.
정수정은 “없던 게 생기니까 정말 허리, 목이 다 아팠다”며 “계속 펭귄 자세로 서 있어야 하니까 몸이 다 틀어지긴 했다. 간접경험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떻게 버텼냐는 질문에는 “뭐 어떡해요. 해야죠”라며 특유의 당당한 표정으로 답했다.
정수정은 뭘 하든 할 때 최선을 다하고 뒤돌아보지 않는 성격이라고 했다. 그런 성격이 토일이 캐릭터와도 잘 맞아떨어졌다. 정수정은 “토일이는 21세기 여성이다. 단단하고 당찬 모습”이라며 “나를 믿고 책임감 있게 행동하려는 부분이 저와 닮은 것 같다”고 캐릭터를 해석했다.
배우가 아닌 아이돌 멤버 크리스탈로 자신을 바라보는 관객들의 편견도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관객들이 (크리스탈이 아닌) 캐릭터로 봐줬으면 하는 마음은 있지만, 그렇다고 나를 크리스탈로 볼까 봐 걱정하지는 않는다”며 “최선을 다해 연기했다”고 말했다.
정수정에게 ‘애비규환’은 여러모로 특별하다. 그는 “처음이란 것에 너무 의미부여 하고 싶지 않지만, 첫 영화고 임신부 역할이라 특별하다. 기억에 남을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또래인 최하나(28) 감독과도 호흡이 잘 맞았다. 그는 최 감독에 대해 “좋은 친구를 얻은 것 같다”고 밝혔다.
정수정은 향후 정해진 활동 계획은 없지만, 부지런히 활동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가수로서의 활동 가능성도 열어뒀다. 그는 “1년에 앨범이나 작품을 1개씩 했던 것 같은데 앞으로는 더 부지런해져야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평범한 로맨틱코미디도 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