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일부 대기업 등 급식 후 잔반 축산농가 공급 논란 <br/>비용 아끼려 직접 처리 고집… 시는 실태파악조차 못해
정부가 아프라카 돼지열병(ASF) 확산을 막기위해 농가 잔반(음식물류 폐기물) 급여 금지법안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구미지역 일부 대기업들이 단체 급식 후 남은 잔반을 축사 농가를 통해 처리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를 관리·감독해야 할 구미시가 실태 파악도 제대로 못하고 있어 가축질병 예방 및 확산방지 대책에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다.
아프리카 돼지열병은 바이러스로 감염되는 출혈성 돼지 전염병으로 예방백신과 치료약이 없고 치사율이 100%에 이른다.
돼지가 죽은 후에도 바이러스는 혈액과 골수 등에 남아 죽은 돼지를 사료로 사용하면 이를 먹는 돼지도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아프리카 돼지열병 확산의 가장 큰 요인이 바로 잔반 급여 방식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로 인해 농식품부는 주변 농가에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시 잔반 급여를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양돈업계는 아예 정부에 잔반 급여 전면 금지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구미시는 일부 대기업이나 일정 규모 이상 음식점과 집단급식소의 신고에만 의존하고 있어 아프리카 돼지열병 차단에 허점이 있다는 지적이다.
구미시에 따르면 잔반 배출 신고 의무를 가진 사업장과 음식점, 집단급식소, 대규모 점포, 관광숙박시설은 모두 480곳으로 이 가운데 23곳만이 돼지농가를 통해 처리하고 있다. 그밖에 배출 방법은 구미시 음식물류 자원화시설에 위탁 처리 271곳, 개사육장 160곳 등이다.
관련 업계 관계자들은 대기업 등과 같은 단체 급식의 경우 식당을 관리하는 특정 외식업체에 잔반 처리를 위임하고 있는데 이들 외식업체들이 처리 비용을 아끼기 위해 수거·처리업체에 맡기지 않고 축산농가에 잔반을 넘기는 일이 허다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유는 잔반 처리비용이 수거비 등을 포함해 1t당 15만 원 정도인데, 축산농가를 통할 경우 대부분 수거비만 주면 잔반을 처리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돼지와 개를 키우는 농장주가 잔반으로 사료비를 절약하면서 외식업체로부터 수거비도 챙길 수 있어 이러한 구조가 반복된다는 것이다.
여기에 축산농가들이 잔반 수거통의 두껑을 닫지 않고 도로를 주행하면서 악취와 오염 우려를 낳고 있다.
구미시가 잔반 배출 신고 대기업과 대형 음식점 등에 공문을 보내 적정 처리를 요청하고 돼지 농장에 잔반을 배출하는 업체에게는 위탁 처리업체를 통해 배출하도록 지도하고 있지만, 기업체들의 반응이 없어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축산농가들이 가축에게 줄 먹이가 필요할 경우 구미시 음식물류 자원화시설에 요청하면 무료로 가져다 쓸 수 있는데 잔반 수거를 고집하는 것은 수거비를 받기 위함이다”며 “배출업소와 수거 농장들이 서로 이익을 나눠갖는 구조이기 때문에 강력한 점검과 단속만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잔반을 축산농장에 배출한다고 하지만 실제 잔반이 어떻게 처리되는지는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도 문제다. 전방위적인 실태조사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구미/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