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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 꼴찌의 반란

등록일 2019-04-09 19:42 게재일 2019-04-1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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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는 이미 포기한 지 오랩니다. 전교 꼴찌에 춤꾼, 날라리라고 소문난 이 남학생. 주위 학부모들의 기피대상 1호입니다. 군대까지 다녀왔지만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하는 아들이 안타까운 부모는 어려운 형편에도 불구하고 미국 유학을 보냅니다. 영어 한 마디 못하는 청년. 사람들은 벙어리라고 놀리기까지 합니다. 자괴감에 빠져 한국으로 돌아갈 궁리만 하던 청년은 어느 날 문득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너 원래 그렇게 나약한 놈이었어?”

청년 송정훈은 답을 찾습니다. “아니다. 나는 나약한 놈이 아니다. 부모님을 생각하자. 한 달 10만원으로 생활하면서 유학 비용을 대는데, 이렇게 무기력하게 한국행 비행기를 타고 돌아갈 수는 없다. 죽을 힘을 다해 부딪쳐보자.” 레스토랑 알바를 하며 미친듯이 영어를 배우기 시작합니다. 학교 다닐 때 춤만 추던 자신의 끼를 살립니다. 손님 한 사람 한 사람에게 특별한 기쁨을 주는 서빙을 합니다. 춤을 추기도 하고 불쇼를 보여주기도 하지요. 자신에게 남을 기쁘게 해 주는 능력이 있음을 발견합니다.

알바를 마치고 쉬던 중 다큐멘터리를 보다가 눈이 번쩍 떠집니다. 노량진 고시촌에서 유행하는 컵밥 스토리였지요. “노량진 컵밥으로 미국에서 푸드 트럭 장사를 해보면?” 또 질문을 던집니다. 친구 지형, 종근을 설득해 각자 1500만원씩을 모읍니다. 그 돈으로 살 수 있는 20년 된 중고 트럭 한 대. 이 결정이 정훈의 삶을 송두리째 바꿉니다.

셋은 이 트럭에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연습합니다. 계획을 세우고, 연습하고 또 실행하지요. 컵밥 제조의 달인이 될 때까지 이들은 끊임없이 파고듭니다. 한국식 서비스를 도입합니다. 빨리 빨리 문화와 덤으로 듬뿍 얹어주기. 주문하면 30초 만에 음식을 제공하고, 손님들과 온 몸을 부대끼며 춤을 춥니다. 손해를 보더라도 손님들에게 기쁨을 줄 수 있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습니다.

눈물어린 노력은 곧 결실로 이어집니다. 유타 사람들이 컵밥에 미치기 시작합니다. SNS를 점령하고 언론들이 앞다투어 경쟁적으로 보도합니다. 5년 만에 이들은 미국 전역에 21개의 매장을 오픈합니다. 전교 꼴찌 소년의 반란. 정훈이 일군 기적은 질문 한 가지로 시작했습니다. “너 원래 그렇게 나약한 놈이었어?”

삶이 팍팍하고 가능성이 보이지 않을 때, 나 자신에게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하는가를 생각해 봅니다. 송곳처럼 예리한 질문 하나가 나 자신과 주변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습니다. /조신영 인문학365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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