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대 ‘허그인’ 동아리<br />울산 내와동산요양원 협조<br />치매노인 카페알바 행사<br />부정적 이미지 개선하고<br />사회적 역할 분담 위한<br />긍정적 메시지 전달 ‘호응’
“자 오늘 하루만 어르신들이 종업원이 되는 거에요”
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24일 오후 포항시 북구 양덕동의 한 카페 문을 열고 들어가니 ‘딸랑’ 종소리와 함께 후끈한 공기가 얼굴을 감쌌다.
평소와 뭔가 다른 카페의 분위기에 어색함이 느껴지는 찰나 백발의 할머니 할아버지가 한껏 차려입은 모습으로, 손자·손녀를 만난 것처럼 인자한 미소를 띠며 따뜻하게 손님을 맞았다.
빈자리에 앉자 할머니 한 분이 메뉴판을 들고 느린 걸음으로 주문을 받으러 왔다.
청귤차 2잔을 주문받은 후 그녀는 바리스타에게 청귤 2잔이라고 말을 했다.
바리스타가 “뜨겁게요? 차갑게요?”라고 묻자 어르신은 호호 웃으며 다시 물어보러 왔다.
주문을 받는 것도, 테이블 번호 숫자를 적는 글씨도 삐뚤 빼뚤 어설프지만 입가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오늘 난생처음으로 카페 종업원 일을 한 윤종석(72) 어르신은 “회사에 다니는 것 말고 다른 일을 해본 적 없는데 카페 일을 한다고 하니 걱정되는 마음이 앞섰다. 말을 천천히 해도 기다려 주는 손님들을 보니 편안하게 일을 할 수 있었다”며 “작은 일이지만 몸을 움직여 일하니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든다”고 전했다.
‘주문을 잊은 카페’는 아메리카노를 시켰는데 뜬금없이 홍차가 나와도 당황하기보다는 이해와 배려가 필요한 카페다. 바로 치매어르신이 종업원이어서다.
한동대 허그인 봉사 동아리 학생들과 울산 내와동산요양원이 함께 진행한 이번 일일 행사는 손님이 어르신들의 실수를 너그러이 받아들이고 실수를 함께 즐기는 분위기를 만들어 ‘치매’라는 단어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개선하고자 마련됐다.
배찬민(22·사회복지학) 한동대 허그인 동아리 회장은 “여유를 갖고 기다려주면 치매 어르신들도 충분히 사회적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앞으로 변할 시대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면서 하나의 작은 운동을 시작해 봤을 뿐이다”고 행사 취지를 설명했다. 내와동산요양원 우승엽 원장 역시 “치매 어르신들도 다른 사람들과 함께 더불어 살아갈 수 있다는 인식이 사회에 퍼져 나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행사를 진행하게 됐다”고 전했다.
한편, 한동대 허그인 봉사동아리와 울산 내와동산요양원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주문을 잊은 카페’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시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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