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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를 돌려다오

등록일 2018-11-12 20:40 게재일 2018-11-1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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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재휘논설위원
▲ 안재휘논설위원

드디어, 남한에 ‘김정은 팬클럽’이 출범했다. 최근 서울 광화문에서 한 좌파단체가 ‘백두칭송위원회 결성 선포’ 행사를 열고 “김정은!”을 연호하며 ‘백두혈통’을 찬양했다. 국민주권연대와 한국대학생연합 등 13개 단체는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방문을 환영한다는 플래카드를 내걸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평양 주민들과 비슷하게 붉은 색 조화(造花)까지 들고 흔들었다.

이날 발표된 이들의 선언문에 김정은은 ‘자주 통일을 위해서라면 어떤 희생도 감수하겠다는 진정 어린 모습’으로 묘사됐다. ‘백두칭송위원회’ 공동대표라는 사람들은 “전 국민적 환영 분위기를 조성해 역사적인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을 자주 통일의 일대 사변(事變)으로 만들어 분단 적폐 세력이 감히 준동하지 못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단체를 주도하고 있는 리더그룹 한 사람의 말이 뇌리에 와서 꽂힌다. 그는 “단일기와 단일기 배지 달기 운동을 통해 전국을 단일기 물결로 도배하겠다”고 했다. 나날이 위상이 추락해가고 있는 우리의 ‘태극기’가 떠오른다. 어쩌다가, 바라만 봐도 가슴이 두근거리던 애국의 상징, ‘태극기’가 어느새 이렇게 천덕꾸러기가 돼가고 있나 한숨이 절로 난다.

지지난해부터 시작된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부르짖던 촛불시위 이후 태극기를 들고 길거리로 뛰쳐나온 박 대통령 지지자들의 등장은 해방 이후 보기 드물었던 또 다른 ‘태극기’ 수난시대를 알리는 비극의 신호탄이었다. 마치 이 나라는 ‘촛불’과 ‘태극기’ 두 패로 갈려서 하고한 날 팔뚝질이나 해대는 이상한 나라가 되고 말았다. 태극기를 들고 길거리로 나와 ‘박근혜 대통령 석방’을 외치는 사람들에게는 ‘태극기 부대’라는 고유명사가 붙여졌다. 자유한국당 조직강화특위 위원이었던 전원책 변호사가 이 문제를 건드렸다. 그는 한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태극기 부대는 극우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게 아니라도, 민초들은 오해를 받을까 두려워 광복절에 태극기 게양하는 것조차도 주저주저한다는 말이 나돌았던 판이다. 조강특위 위원의 경솔한 말 한마디가 제1야당 한국당을 더욱 곤경에 처박아 넣었다. 한국당이 곧 ‘태극기당’이 될 것이라는 진보 정치인, 진보언론들의 비아냥과 저주는 더욱 신랄해지고 있다.

‘박근혜 탄핵 무효’를 끈질기게 외치고 있는 사람들의 견해는 표현의 자유 영역에서 존중돼야 한다. 그러나 드러난 전 정권의 실정(失政) 진상이 너무나 끔찍하다. 정권을 넘겨주고 지리멸렬하는 ‘보수정치’의 현주소만 보아도 변명의 여지가 없다. 다수 민심과 동떨어진 편견을 외치는 자리에 태극기를 전유물처럼 앞세우는 모습은 씁쓸하다.

마찬가지로, ‘태극기’를 마치 수구꼴통의 상징인 양 여기는 사람들이 부지불식간에 젖어 들고 있는 인식의 오류도 하루빨리 시정돼야 한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촛불집회를 포함해 어떤 집회를 해도 떳떳하게 태극기를 걸어놓거나 손에 들 수 있어야 한다. 신성한 가치를 품고 있는 ‘태극기’의 의미와 상징을 훼손하는 그 어떤 언행도 중단돼야 마땅하다.

이 나라의 어느 군대도 ‘태극기 부대’가 아니어서는 안 된다. 정당은 모두 ‘태극기당’이어야 한다. 그게 정상이다. 이제 태극기를 제자리에 돌려놓아야 할 시간이다. ‘인공기’를 국기로 삼겠다는 음모가 아니라면, ‘단일기’를 ‘태극기’의 자리에 올려놓으려고 하는 불순한 의도는 차단돼야 한다. 태극기를 지키기 위해 희생되신 선열들을 결코 욕되게 하지 말아야 한다. 태극기를 들고 3·1만세운동을 벌이다가 일제의 총칼에 쓰러진 희생자 수는 7천500여명에 이른다. 1950년 한국전쟁에서 태극기를 가슴에 품고 ‘자유 대한민국’을 위해 싸우다가 전장의 이슬로 사라진 전몰장병은 또 얼마인가. 태극기를 하루빨리 제자리로 돌려놓아야 한다. 그래야 대한민국 국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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