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천정부지 치솟는 홍콩의 집값에 맥도날드 매장에서 밤을 보내는 이른바 ‘맥난민’이 급증했다는 외신 보도가 있었다.
홍콩 언론은 홍콩 내 110개 맥도날드 매장에서 최소 3개월 동안 밤을 보낸 홍콩인이 334명에 달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맥난민 53명을 심층 인터뷰해 보니, 응답자의 57%가 취업자였고, 71%가 세입자이거나 집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러면 이들은 왜 맥도날드 매장에서 밤을 보내야 했을까. 그 이유는 바로 열악한 주거환경 때문으로 밝혀졌다고 한다.
홍콩의 중상층 거주지역의 아파트 가격은 평(3.3㎡)당 1억 원을 넘어설 정도로 값이 치솟아 비싼 임차료를 내고도 많은 주민이 창문이 없는 열악한 환경의 좁은 방에서 더운 여름을 보내야 할 형편에 놓여 있다는 것. 한 맥난민은 “사는 아파트 방에 창문이 전혀 없는 데다 주인이 터무니없이 비싼 에어컨 사용료를 요구해 시원하고 안락한 맥도날드 매장에서 여름 밤을 보낸다”고 말했다.
서울의 아파트 값이 평(3.3㎡)당 1억 원을 돌파했다는 소식이다. 잠잠하던 서울의 아파트 값은 박원순 시장의 용산, 여의도 개발계획 발표로 불붙기 시작해 지금은 집값 상승 열풍이 서울 전역과 수도권까지 확산될 추세다. 평(3.3㎡)당 1억 원짜리 아파트가 남의 나라 일인양 했던 것이 우리의 현실이 됐다. “서울 집값이 미쳤다”는 비명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올 법하다.
우리나라 총 주택 수의 60%가 아파트다. 통계청 조사에 의하면 단독주택이 15.7%, 다세대 주택이 12% 정도다. 아파트의 편리성과 토지 이용의 효율성이 맞아떨어지면서 아파트가 우리 시대 대표 주거문화가 됐다.
그러나 대도시를 중심으로 아파트 값이 지나치게 치솟으면서 아파트 가격 편차가 또 다른 양극화를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다. 가진 자와 갖지 못한 자의 극명한 차이점이 바로 주택소유 여부다. 비싼 집값 때문에 결혼조차 기피해야 하는 젊은이한테는 ‘집값 폭등’은 나쁜 뉴스다. 인간이 누려야 할 최소한의 권리가 박탈된 기분이다. 정부의 대응이 주목된다.
/우정구(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