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삶이 흔들렸던 ‘그날’… ‘이후’도 바뀌지 않은 삶

박동혁기자
등록일 2018-08-07 21:20 게재일 2018-08-07 1면
스크랩버튼
‘포항지진 그 이후’… 특별 시리즈로 재조명<br />트라우마 아직 여전해도<br />정부·정치권 등 무관심<br />안정적 수습·복구 ‘한계’<br />근본대책·과제 점검할 때

“어떻게 그날을 잊을 수 있습니까.”

지난 해 11월 15일 52만명이 사는 중소도시 포항은 두려움과 공포로 가득찼다. 먼 나라 이야기인 줄만 알았던 지진이 현실이 됐다. 1년 전 경주에서 발생한 그것과는 또 다른 공포였다. ▶관련시리즈 3면

불과 40㎞ 떨어진 지점에서 규모 5가 넘는 대형지진이 연달아 발생하면서 한동안 ‘포항 인근지역은 안전하지 않다’는 입소문이 돌았다.

포항시민들은 8개월여가 지난 현재까지도 지진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트라우마를 견디지 못하고 포항을 떠난 이들도 많다. 지진 발생 이전인 지난해 10월 말 기준 51만9천547명이었던 포항시 인구는 지난 6월 말 기준 51만6천695명으로 3천명 가까이 줄었다.

새해 들어 3개월간 월 700명 내외가 빠져나간 이후 인구 감소세는 점차 둔화되고 있지만 반등의 계기를 마련하지 못한다면 추가적인 인구감소를 피하기 힘들다는 우려가 나온다.

포항시는 전국 최초로 국단위 지진 전담부서인 ‘지진대책국’을 신설, 수습 및 복구에 심혈을 쏟고 있지만 기초자치단체라는 한계에 부딪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인력, 예산은 물론 복구작업을 추진할만한 법적 근거도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도시재생의 큰 그림을 그리는 작업이 벽에 부딪혀 있다.

지진이 처음 발생했을 때 포항을 방문해 서로 경쟁하듯 지원약속을 쏟아낸 정부와 정치권 인사들의 발걸음이 끊기고 국민들의 관심권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

정치권은 정쟁에만 몰두할 뿐 포항지진을 계기로 국민안전을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어디에서도 듣기 어려운게 현실이 됐다. 국회가 민생을 외면하는 동안 지진관련 입법안 13건 중 단 1건 만이 통과됐을 뿐 나머지는 상임위 또는 범안심사소위에서 발이 묶여 있다.

아직도 포항에는 집을 떠나 외부생활을 하고 있는 이재민이 200명이 넘고 시민 대다수가 지울 수 없는 기억에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지진 피해를 입은 뒤 건축물 안전진단을 통해 ‘위험’ 또는 ‘사용제한’ 판정을 받은 건물이 수백여동에 이르지만 피해복구 등 후속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폐허처럼 방치되고 있다.

포항시보다 7개월이나 늦게 지진이 발생한 일본 오사카시가 중앙정부와의 공조 속에 신속하면서도 침착하게 대응하며 1개월여 만에 수습국면을 만들어낸 것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학계 일부에서 포항지진의 원인으로 지목한 포항지열발전소에 대한 조사도 시간만 보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3월 지진과 지열발전소의 연관성을 규명하기 위해 대한지질학회를 수행기관으로 미국, 스위스, 일본, 뉴질랜드 등 4개국 5명의 전문가와 국내 전문가 9명, 자문위원 2명 등 총 16명으로 정밀조사단을 구성했다. 하지만 조사단 구성 당시 한 차례 포항지진 현장을 방문한 것이 언론에 공개된 공식일정의 전부일 만큼 철저한 보안이 강조돼 조사는 베일에 가려져 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달린 문제인 만큼 중간과정을 수시로 공개해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포항 시민 정모(56)씨는 “처음 지진이 발생했을 때 우르르 몰려와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쏟아내던 정부와 정치권 인사들은 이제 지진이라는 단어조차 머릿 속에서 지웠을 것”이라고 한탄했다.

포항시 관계자는 “지진 최대피해지역인 흥해읍은 도시재생특별지역으로 지정된 이후 관련법 개정이 이뤄져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됐다”며 “하지만 나머지 피해지역의 복구문제와 주민지원 등 여전히 많은 과제가 산적해 있어 정부와 국회의 적극적인 협조가 절실하다”고 전했다.

이에 본지는 지난해 11월 15일 발생한 규모 5.4 강진으로 치명타를 입은 포항이 조속히 예전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도록 복구에 필요한 과제를 짚어보고 근본적인 대책을 촉구하는 특별시리즈 ‘포항지진 그 이후’를 기획했다. /박동혁기자

사회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