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선언은 전쟁 당사국 간에 전쟁상태가 완전히 종료됐음을 확인하는 공동의 의사 표명이다. 즉, 종전을 선언한다는 것은 기존의 정전협정을 폐기하고, 평화협정으로 넘어간다는 의미다. 종전협정을 체결하기 전까지는 전쟁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전쟁 당사국들 간의 공식적인 외교 정상화는 불가능하다. 남한과 북한의 경우도 1950년 6월 25일 한국전 발발 이후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을 맺으면서 사실상 휴전 상태다. 이 정전협정은 교전을 잠정 중지한 것에 불과하므로, 전쟁 상태의 실질적인 종결과 평화 정착을 위해서는 종전선언 뒤 평화협정을 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연내 종전선언이 이뤄질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북한은 노동신문·조선중앙TV 등 관영매체를 총동원해 미국을 상대로 ‘종전선언’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7월31일 판문점에서 열렸던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에서도 북한은 종전선언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북핵 관련 6자 외교장관이 모인 싱가포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북한은 조기 종전선언 채택을, 미국은 선 비핵화 조치를 주장했다. 일단 미국은 종전선언에 대해 관망세다. 7월17일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핵화 과정이 생각보다 길어질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종전선언 등을 서두르지 않을 것이며 이로 인해 비핵화 속도가 느려지는 것도 감내할 뜻을 내비쳤다. 북한은 미국의 움직임에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리용호 외무상은 지난 4일 ARF 회의 연설에서 “우리가 주동적으로 먼저 취한 선의의 (비핵화) 조치에 화답은 커녕 미국은 오히려 제재를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 높아지고 있다”며 “조선반도 평화 보장의 초보적 조치인 종전선언 문제까지 후퇴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종전선언이 되고나면 북한으로선 곧장 유엔사 해체 등을 요구할 것이며, 이럴 경우 북한의 비핵화는 그대로인 상태에서 우리 국방력만 약화되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종전선언 실현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종전선언, 그리고 평화의 길은 멀고도 멀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