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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한 음주

등록일 2018-08-06 21:08 게재일 2018-08-0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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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삶 속에서 술은 반드시 존재했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사람 곁에는 술이 있는 법이다. 동서고금이나 문명의 발달과는 무관하게 술은 인간 삶의 일부로서 자리를 일찍 잡아 왔다.

술의 역사도 인류 역사만큼이나 길다. 메소포타미아 지방에서는 기원전 3천~4천년부터 포도주가 주요 교역상품으로 등장했다. 중국 은나라 때 유적에서도 술 빚는 토기가 발견된 것으로 보아 동서양을 막론하고 술은 사람만이 가진 독특한 문화형태라 할 수 있다.

음식의 동반자, 신성한 제사상에 올라가는 제주, 우정과 화합을 위한 축배의 상징으로 술은 빼놓을 수 없는 인류의 동반자였다. 사람과는 땔 수 없는 관계의 술이지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늘 경계의 대상이기도 했다. 술을 ‘악마가 준 선물’이라고도 한 것도 “경계해서 마셔라”는 뜻이다. 적당히 마시지 않으면 술로 인해 패가망신(敗家亡身)할 수 있다는 경고인 셈이다.

수행을 하는 스님들은 술을 곡식으로 빚었다 하여 곡주(穀酒)라고 부른다. 그러나 사람의 혼을 미혹한다고 하여 미혼탕(迷魂湯) 또는 모든 화의 원천이라고 하여 화천(禍泉)이라고도 부른다.

프랑스에서는 식사 때 반드시 포도주가 나오지만 예의범절을 지키는 강력한 음주문화가 있다. 서양인의 술 습관은 마시는 것보다 즐기는데 있다. 조선시대 우리의 선비도 향음주례(鄕飮酒禮)라 하여 올바른 주연(酒宴)의 예법을 가르쳤다.

현대인이 술로 인해 가장 걱정해야 할 부분은 건강이다. 음주가 유발하는 질병은 매우 다양하다. 간질환뿐 아니라 암과 치매 등 과도한 음주는 건강에 치명적이다. 한의학에서는 술의 기본적 성질을 대열대독(大熱大毒)이라 한다. 적당히 마시면 몸이 따뜻해지고 기분이 좋아지지만 도를 넘으면 독성물질로 건강을 해치게 된다는 것이다. 막걸리가 항암효과에 좋다는 것도 적당한 음주 습관을 보일 때 일이다. 영국 한 연구진은 적당한 음주가 치매 위험을 낮춘다는 이색 보고서를 냈다. 술 한 방울 마시지 않는 사람보다 적당량의 술을 마시는 사람이 치매에 걸릴 확률이 47%나 낮다는 것이다. 술의 양면성이다. 과유불급이란 말이 새삼스럽다.

/우정구(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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