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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잠

등록일 2018-08-03 20:32 게재일 2018-08-0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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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잠은 대부분의 나라가 인정하는 생리현상이다. 낮잠을 일상생활과 연결지어 관습화 혹은 문화로 형성한 나라도 있지만 대체로 낮잠은 일시적 수면 현상으로 치부하는 쪽이 많다. 업무시간 혹은 수업시간에 잠시 꼬박 졸아도 식곤증과 같은 생리현상으로 알고 가볍게 넘어가는 게 보통이다.

그러나 지중해 연안국가나 라틴아메리카 등과 같이 아주 더운 지방에서는 시에스타(Siesta)라고 하는 낮잠 풍습이 있다. 한낮에는 무더위 때문에 일의 능률이 오르지 않으므로 낮잠으로 원기를 회복하고, 저녁 늦게까지 일하자는 취지다.

특히 스페인의 낮잠 문화는 유별나다. 보통 낮 12시부터 오후 3시 사이에는 거의 모든 상점과 식당 등이 문을 닫는다. 한때는 관공서까지 문을 닫을 만큼 생활 속에서 낮잠문화의 비중이 컸다. 이를 모르고 찾아온 외국인 관광객이 당황할 때가 종종 있다.

낮잠은 일단 건강에 좋다는 의견이 많다. 하버드대의 한 의학자가 20세와 80세 사이 성인 약 2만 명의 생활습관, 식습관, 낮잠 자는 습관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일주일에 적어도 세 번의 낮잠을 잔 사람은 심장병으로 사망할 확률이 37%나 낮다는 것이 밝혀졌다. 또 다른 연구결과에서 낮잠을 한 시간 정도 잔 사람은 같은 시간동안 깬 상태로 서 있었던 사람보다 혈압이 큰 폭으로 내려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한다.

낮잠이 대체적으로 건강에 이로울 것으로 보면서도 전문가들이 동의하는 부분은 너무 길게 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밤에 자는 정상수면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낮잠은 잠시 즐겨 생활의 활력소로 삼는 것이 옳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서도 과거에는 대청마루나 그늘진 살평상에 누워 오수(午睡)로 더위를 식히는 문화가 있었다.

대형사건 때가 되면 국회의원들이 관련법안 발의를 많이 해 놓고는 본회의 처리는 나 몰라라하는 경우가 많다. 현재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되지 않고 낮잠을 자고 있는 계류 법안이 1만 건을 넘는다고 한다. 폭염관련 법안도 18대 국회 때부터 발의됐으나 아직 국회서 낮잠을 잔다고 한다. 폭염에 사람도 법안도 지친 요즘이다.

/우정구(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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