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쇼핑이 대세를 이루는 가운데 지난달 28일 서울 코엑스 스타필드에 문을 연 ‘삐에로 쑈핑’이 영업 11일만에 누적 방문객 10만명을 돌파해 오프라인 시장에 혁신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야심작인‘삐에로쑈핑’은 잘 정돈된 매장보다 복잡한 매장에서 직접 보물찾기 하듯 상품을 찾아보고 써볼 수 있는‘언택트(Untact, 비접촉)’쇼핑을 선호하는 10대~20대 고객들을 겨냥해 기획된 오프라인 매장이다. 주렁주렁 정신없이 매달린 상품들, 곳곳에 붙은‘키치(Kitsch)’적 유머코드의 문구들. ‘혼돈의 탕진잼 블랙홀’이라는 매장 콘셉트가 10~30대 감성을 관통하면서 온라인 쇼핑에 익숙한 젊은 고객들을 다시 오프라인으로 끌어내고 있다. ‘탕진잼’은 몇천원 단위 금액을 마음껏 쓰며 소비 만족을 느끼는 것을 말한다.
매장 내부는 ‘혼돈 그 자체’다. 백화점이나 마트처럼 제품 종류별로 정돈된 것이 아니라, 사방에 상품이 흩어져 배치된다. 일관성 없이 흩어져 배치된 상품을 보노라면 묘한 구매욕이 생긴다. 주워담기 편하도록 바닥 혹은 임시 매대에도 상품이 배치되는데, 가격대도 수천원에 불과해 구매욕을 일으킨다. 다만 무언가 사고 싶어 위치를 매장 직원에게 물어도, ‘헤메다보면 찾으실 수 있어요’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매장 직원의 유니폼에도 ‘저도 그게 어딨는지 모릅니다’라는 멘트가 쓰여있다. 정돈된 매장에서 원하는 제품을 바로 구입하는 게 아니라, 흐트러진 매장을 헤메다 우연히, 생각지도 못한 상품을 구입하는 재미를 느끼라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삐에로쑈핑’ 방문객 가운데 이커머스 소비층으로 꼽히는 10~20대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이마트가 지난 열흘간 신세계포인트카드 사용 고객 데이터와 매출 등을 분석한 결과 20대와 30대 고객 비중이 각각 17.3%와 36.8%로 절반 이상(54.1%)이다.
이는 이마트 32.2% 대비 21.9%포인트 높다. ‘사진 촬영, 절대 환영’이라는 매장 컨셉트에 따라 8일 기준 인스타그램에도 관련 게시물이 2만5천여건을 돌파하는 등 온라인에서도 화제다.
저물어가는 오프라인 유통에도 혁신이 필요한 모양이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