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남아 선호사상이 강한 나라다. 불과 20~30년 전까지만 해도 초등학교 교실에는 여학생보다 남학생 수가 월등히 많았다. 우리나라 남아 선호사상은 유교문화가 번창한 조선시대를 기점으로 절정에 달한다. 남존여비(男尊女卑)나 열녀비 건립, 호적에 올릴 때 사용한 선남후녀(先男後女) 방식 등이 조선시대 남성 우월적 사회가 남긴 유산이다.
특히 사회규범으로 받들어져 온 삼종지도(三從之道)는 당시 여성의 사회적 지위를 극명하게 표현한다. 여성은 시집가기 전에는 아버지를 따르고, 시집가서는 남편을 따라야 하며, 남편이 죽은 뒤에는 자식을 따라야 한다는 내용의 사회적 규범은 삶의 주체로서 여성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성이 스스로 해결할 능력이 아무 것도 없는 것이 당시 사회구조였다. 여필종부(女必從夫)란 말이 이런 데서 기인한다.
현대 사회에 와서까지도 이런 생각이 이어져 와 이상적인 여성상으로 현모양처(賢母良妻)형이 한동안 인기를 끌었다. 현모양처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남편을 잘 섬기고 자식을 잘 키우는 아내의 역할뿐이다. 서구 사회도 마찬가지다. 남성의 우월적 사회구조 속에 여성의 참정권이 사회문제화된 것은 19세기 중반이다. 미국도 1900년대 초 여성에게 투표권이 주어진다.
인구의 절반은 여성이다. 그럼에도 역사 속의 인물로 제대로 기록된 여성은 그리 많지 않다. 여성의 권리 실현을 위한 이데올로기 운동인 페미니즘도 이런 사회적 흐름에 대한 반발로 등장한다. 여성의 사회 진출과 성공을 막는 사회적 관습과 제도를 철폐하자는 물결이다. 얼마 전 발표에 의하면 우리나라 행정부 국가공무원 중 여성 공무원의 숫자가 정부 수립 이후 처음으로 50%를 넘어섰다고 한다. 교육공무원의 여성 비율은 71%까지 올라섰다. 우리나라 여성의 사회진출이 바야흐로 남성을 앞지르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여성시대 개막을 알리는 신호다.
요즘 젊은 세대한테는 “아들이 꼭 있어야 한다”는 개념은 거의 없다. 누구누구의 딸, 누구누구의 아내가 아닌 당당한 사회 구성원으로서 여성의 파워가 여초현상으로 나타났다.
/우정구(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