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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패 병가지상사

등록일 2018-07-02 21:26 게재일 2018-07-0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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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패 병가지상사(兵家之常事)는 ‘전쟁을 직업처럼 일삼고 있는 병가에서는 이기고 지고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라는 뜻이다. 중국 고사에서 따온 말로 왕이 전쟁에서 패한 장군에게 위로의 말로써 자주 사용된다. 싸움에서 승패 자체는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싸움에 임할 때 얼마나 진지한 자세를 견지했으며 싸움 이후 마음가짐을 어떻게 가지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교훈적 의미로 쓰여진다. 위로와 격려도 하지만 분발도 하라는 뜻이 내포된 말이다.

사람이 하는 크고 작은 일에 성공만 있을 수는 없다. 오히려 대다수의 일이 실패로 그칠 때가 많다. 그래서 “실패를 성공의 어머니”라 부른다. 실패했을 때를 교훈삼아 분발하여 뜻을 이루라 한다. 칠전팔기(七顚八起)의 정신이 바로 그런 정신이다.

좋은 일이나 나쁜 일이나 실패 뒤에는 반드시 반성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타산지석이나 반면교사라는 말도 실패를 거울삼아 다시는 그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다. ‘전철(前轍)을 밟지 말라’는 말에서 전철은 전거복철(前車覆轍)의 줄인 말이다. 앞에 가던 수레가 엎어진 자국이 있으면 뒤따라가던 수레가 당연히 조심을 해야 한다는 말로 앞의 일을 거울삼아 주의하자는 것이다.

세상 일에 이변이 없을 수 없다. 믿기지 않겠지만 예측을 벗어난 일이 일상에서 다반사로 일어난다. 그러나 이변의 뒤에는 반드시 그 이유가 숨어있기 마련이다.

러시아 월드컵에서 한국과 독일의 경기를 이변이라 하여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FIFA 랭킹 57위의 한국이 1위의 독일을 2대0으로 이겼으니 틀림없는 이변이다. 그러나 그 속에서 우리는 두 가지 교훈을 발견할 수 있다. 먼저 한국팀이 안겨준 교훈은 ‘불굴의 정신’이다. 모두 질 것이라 생각한 경기에서 절대 포기하지 않고 선수들이 똘똘 뭉쳐 싸운 정신이다. 독일이 가르쳐 준 또 하나의 교훈은 오만이다. 한국을 깔보고 방심했던 전차군단의 오만이 빚은 참사다.

승패를 가르는 축구경기를 밥 먹듯 하는 프로선수에게 승패는 병가지상사다. 그러나 여기서 선수들이 교훈을 배울 수 있다면 그것이야 말로 바로 참승부가 되는 것이다.

/우정구(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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