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고 쇠약해진 부모를 산에다 버렸다고 하는 장례 풍속을 고려장(高麗葬)이라 한다. 오늘날에도 늙고 쇠약한 부모를 낯선 곳에 유기하는 불효한 행위를 일컬어 이렇게 통칭한다. 고려(高麗)라는 이름 때문에 우리나라 고려시대에 있었던 장례 풍속인 것처럼 인식되는 경향이 있으나 이와 관련한 역사적 사실은 고증된 증거나 자료가 전혀 없다고 한다.
우리 사회가 급격히 고령화되면서 노인인구 증가와 더불어 나타나는 현상과 관련한 사회적 이슈가 나날이 많아진 요즘이다. 어쩌면 당연한 일일수도 있으나 부정적 현상의 사회 이슈화는 국가로서도 적잖은 부담이다. 특히 노인인구 증가로 인한 노동 인구의 비중 감소는 별도 대책이 필요한 분야다. 국가 전체적으로 생산성이 떨어지고 상대적으로 국가가 부양해야 할 짐은 그만큼 많아진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지 않다.
우리나라는 작년 8월 말 기준으로 65세 이상 주민등록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4%를 넘어섰다. 유엔이 정한 고령사회로의 진입이 현실화됐다. 2000년 고령화 사회(노인인구 비중 7% 이상)로 진입한 후 불과 17년만에 닥친 일이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다. 참고로 일본은 24년, 미국은 73년, 프랑스는 113년이 걸렸다.
어제는 어버이날이었다. 온 가족이 만나 1년에 한번 있는 어버이날을 기념해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동방예의지국(東方禮儀之國)이라 할 정도로 우리나라는 효의 나라다. 부모를 존중하는 마음만큼은 선진국 어느 나라 못지 않다.
그러나 노인인구의 급격한 증가로 우리가 겪는 불가피한 어두운 측면도 있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의하면 노노 학대가 급격히 늘고 있다는 소식이다. 노인이 된 자녀와 배우자가 고령의 부모를 학대하는 행위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지적이다. 고령화와 함께 나이 든 자녀의 부양 능력이 떨어지면서 생기는 경제적 어려움이 노노 학대 증가의 원인이라고 한다. 노인학대 유형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가해자 10명 중 4명이 자식이라 하니 부끄러운 우리의 자화상인 것같다. 어버이날이 존속돼야 할 이유인 것 같기도 하다.
/우정구(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