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도 위로는 노부모를 부양하고, 아래로는 취업난에 허덕이는 성인 자녀를 지원해야 하는 5060 세대를 흔히 볼 수 있다.
이른바 ‘더블케어’의 늪에 빠져있는 것이다. 더블케어는 자녀 양육과 부모 간병을 동시에 해야 하는 상황을 가리키는 것으로, 일본 요코하마국립대학 소마 나오코(相馬直子) 교수가 처음 만든 용어다.
저출산과 만혼화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육아를 해야 하는 시기에 부모도 간병해야 하는 이중 부담을 안게 된 곤혹스런 상황을 일컸는다. 여기에다 손자 육아까지 떠맡는 ‘트리플케어’도 드물지 않다.
문제는 5060 세대의 경우 경제활동에서 이미 은퇴했거나 은퇴까지 얼마 남지 않은 세대라는 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1990년 기대수명은 71.7세였고, 85세까지 생존할 확률이 약 20%에 불과했다.
이에 반해 2016년 기대수명은 82.4세이고, 85세 노인 생존율은 50%에 이른다. 그 결과 어떤 형태로든 부모를 부양해야 하는 5060 세대가 필연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게 됐다.
또 1990년 한국은 9.8% 고성장 시대로, 청년실업률은 5.5% 수준에 불과해 성인 자녀의 독립 시기도 빨랐으나 2017년 경제성장률은 3.1%로 떨어졌고, 청년실업률은 11.6%(2018년 3월 기준)까지 치솟았다.
실제로 미래에셋은퇴연구소가 지난해 12월 국내 만 50~69세 남녀 2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5060 세대 2가구 중 1가구(53.2%)는 성인 자녀에게 매달 생활비를 지원하고 있고, 노부모에게 정기적으로 생활비를 주거나 간병 중인 경우는 62.4%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손자 육아는 더 심각하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16년 기준 30대 가구의 맞벌이 비중은 44.6%로, 맞벌이 가구가 부모 등에게 육아 지원을 받는 비율은 2004년 23.6%에서 2014년 53%까지 늘어났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된 5060세대의 고뇌가 더블케어와 트리플케어로 정점을 찍고 있는 듯 하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