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이 통일문제에 대해 관심 없는 젊은 세대에도 큰 충격을 준 게 분명해 보인다. 베일에 가려져 있던 북한최고지도자인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판문점에 나타나 문재인 대통령과 악수와 함께 포옹을 나누고, 얼굴을 맞댄 채 정상회담을 하는 장면은 분단시대를 살아온 장년층들은 물론이고 젊은 층들에게 더 신선하게 받아들여졌다는 징후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핵실험과 미사일도발 등으로 한반도 안보위기가 지속적으로 높아지다가 문재인 대통령의 대화노력에 힘입어 올들어 급작스레 성사된 남북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연내 종전선언’등 파격적인 내용이 판문점 선언으로 합의돼 통일문제에 큰 관심이 없었던 청년층들도 함께 들썩이고 있다. 이들이 새롭게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바로 군대·취업·입시·여행 등 분야다. 이들 청년세대들이 맞닥뜨린 현실적 고민들이 해빙 무드가 시작된 대북 관계와 연결되면서 갖가지 핑크빛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가장 먼저 가시적인 반응이 나타난 곳은 바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다. 대표적인 것이 ‘종전선언이 되면 예비군 훈련을 축소·폐지하자’ ‘평화협정을 맺으면 군복무 기간을 대폭 단축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여행도 새로운 화두가 됐다.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백두산 트레킹이 소원”이라고 얘기했던 사실이 알려지자 북한 여행이 향후 새로운 트렌드가 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선언문에 동해선과 경인선 철도와 도로를 연결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된 사실이 시너지효과를 불러온 듯 싶다. 남북 관계 개선은 학생들의 대학입시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도 이색적이다. 토목공학과와 건축공학과, 북한학과가 인기 학과로 부상할 것이란 얘기다. 남북 교류가 활성화되면 대형 토목 및 건축공사 프로젝트가 잇따르고, 북한 전문가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사회학자들은 청년층들의 반응과 관련, “청년층은 진보·보수라는 이데올로기보다 개인적 차원에서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반응한다”고 설명했다. 통일 무관심세대인 청년층들이 사회 변화에 관심을 갖는 것은 남북통일로 나아가는 길 초입에서 빚어지는 현상일 수 있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