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 포털 사이트에서 알바생 1천 명을 대상으로 “여름철에 생각나는 음식을 손꼽아 보라”고 물어 봤더니 응답자의 59.8%가 냉면을 꼽았다. 그 다음으로 빙수와 아이스크림, 삼계탕 순으로 답했다. 언제부터인가 북쪽지방에서 유래한 냉면이 우리 모두에게 친숙한 음식으로 자리를 잡게 됐다.
냉면의 원조는 평양냉면이다. 조선후기에 만들어진 ‘동국세시기’에는 메밀국수를 무김치와 배추김치로 말고 돼지고기와 섞은 것을 냉면이라고 한 기록이 나온다. 관서지방을 중심으로 한 음식문화이며, 그 중 평양냉면의 맛이 가히 일품이라고 했다. 동국세시기에는 냉면을 11월 동지 날에 먹는 음식으로 설명하고 국수에 메밀이 많이 함유됐다고 했다.
문헌 기록에 의하면 18세기 이후 냉면이 본격 등장했다. 북쪽지방의 음식이었던 냉면이 남한에 퍼지게 된 것은 6·25 전쟁을 전후해 남쪽으로 넘어온 피난민에 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조선후기 실학자 이규경은 평양의 명물로 감홍로, 냉면, 비빔밥을 들었다. 40도가 넘는 독주인 감홍로를 마시고 다음날 숙취 해소는 냉면을 먹고 속을 풀었다고 한다. 여기서 선주후면(先酒後麵)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평양에는 냉면이 해장국 역할을 한 풍속이 있었던 모양이다.
남북 정상회담이 있던 날 평양냉면이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김정은 위원장의 언급으로 평양냉면이 알려지면서 외신들의 관심을 크게 자극했다. 미국 CNN 뉴스는 남북외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음식으로 냉면을 소개했다. 남북정상 간 대화 중 화제로 떠오른 한국의 독특한 음식인 평양냉면이 알려지자 각국 취재진이 평양냉면 소개에 열을 올리는 모습도 연출됐다. 중국에서는 중국식 표현인 ‘조선냉면’이란 이름으로 포털 사이트 이슈 검색순위 10위에 올랐다.
남북정상이 만나던 날 서울 등지 냉면 집들도 냉면을 먹으러 찾아온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고 한다. 남북정상 회담에 대한 관심도를 반영한 현상이다. 비빔밥, 불고기, 삼계탕 등으로 알려진 한국의 대표 음식 반열에 평양냉면도 이름을 올려야 할 것 같다.
/우정구(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