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문화원이 2005년 창립 70주년을 맞아 영국문화를 홍보하고자 비 영어권 102개국 4만명을 대상으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 70`을 선정하는 설문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다소 이색적인 이 조사의 결과를 보면 의외로 우리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 감동적인 내용이 담겨 있다.
이미 알고 있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상위순위 10위 평온(Tranquility)부터 9위 자유(Liberty), 8위 자유(Freedom), 7위 운명(Destiny), 6위 환상적(Fantastic), 5위 영원(Eternity), 4위 사랑(Love), 3위 미소(Smile), 2위 열정(Passion)으로 되어 있다. 그리고 대망의 1위는 Mother(어머니)가 선정되어 있다.
예측하기 쉽지 않은 단어였지만 예나 지금이나 동서양을 막론하고 어머니(Mother)라는 이름 안에는 생각만 해도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희생, 헌신, 사랑, 봉사, 배려와 같은 따뜻한 그 모든 것이 녹아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포항 지진이 발생한 지 50여 일이 넘어가고 있다. 피해 복구와 보상을 위해 여러 분야에서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고 다시 발생할지 모를 재난, 재해에 대비하여 정책 수립과 예산 확보에 여념이 없는 많은 공직자들에게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더불어 예고 없이 포항에 엄습한 지진 발생부터 지금까지 실의와 좌절의 기간 동안 희망과 용기를 나누어 주고 있는 전국의 1만2천여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적인 모습은 우리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매서운 겨울 바람이 불어대는 한 해의 끝자락부터 새해 첫 달에도 여전히 사랑과 기쁨은 나눌수록 커지고 슬픔과 불행은 나눌수록 커지고 슬픔과 불행은 나눌수록 작아진다는 평범한 진실을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다.
“지진 피해로 고통 받는 이재민들을 따뜻한 가슴으로 안아드리고 싶은 마음으로 포항을 찾았다”는 어느 자원봉사자의 말이 아니더라도 그들은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피해 건물을 청소하고 무너진 담벼락 잔해를 치우고 있다.
대피소 앞에서 뜨거운 수증기가 피어 오르는 밥차를 가동하고 각지에서 답지한 생수, 간이침대, 모포, 세면도구세트, 핫팩 등의 구호품을 나누어주기 위해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성경 말씀 중 종말을 대비하는 자세의 유명한 양과 염소의 비유에서 이웃에게 선을 베풀기에 힘써야 함을 역설하는 대목이 있다.
“내가 주릴 때에 너희가 먹을 것을 주었고 목마를 때에 마시게 하였고 나그네 되었을 때 영접하였고 헐벗었을 때 옷을 입혔고 병들었을 때 돌보았고 옥에 갇혔을 때 와서 보았느니라”라고 말씀하며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 하여 지극히 작고 하찮은 일을 크게 섬기는 것의 중요함을 말하고 있다.
비단 성경의 말씀이 아니더라도 가난하여 힘들고 소외 받는 사람들도 결코 추워 떨지 않는 살만한 세상을 만드는 것은 우리가 해내야 할 쉽고도 어려운 과제가 아닌가 한다.
포항은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해가 떠오르고 포스코, 포스텍, 영일만, 죽도시장 같은 자랑스러운 명품을 가진 곳이다.
그런데 지난 `11·15 지진`은 예고 없이 들이닥친 천재지변으로 커다란 숙제를 떠안고 말았다.
지금부터 포항은 지진도시가 아닌 지진 전보다 훨씬 안전하고 살기 좋은 도시, 역동적인 도시를 만들어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어야 하는 과제를 풀어야 한다.
이것이 포스코부터 위안부 할머니까지 수많은 성금을 보내준 고마운 손길과, 헌신하는 자원봉사자들의 노고에 보답하는 길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모든 자원봉사자들에게 깊은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그들이야말로 어두운 우리 사회를 밝히는 큰 등불이자 진정한 주인공임을 포항 지진 현장은 우리에게 분명하고도 애잔하게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