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현지 군최고사령관 면담<BR>민 아웅 흘라잉 군최고사령관<BR>“종교·종파간 평화 실현 앞장”
전 세계 사람들에게 평화와 화합, 사랑과 공존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미얀마에서 벌어지고 있는 로힝야족에 대한 탄압을 멈출 수 있을까.
지난 27일 프란치스코<사진> 교황은 미얀마 최대의 도시 양곤을 방문했다. 로마 가톨릭 교회 수장으로는 사상 처음이다. 외신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날 교황은 미얀마에 도착한 직후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군 최고사령관을 만났다. 당초 일정에는 잡혀 있지 않은 만남이었다.
민 아웅 흘라잉 사령관은 최근 세계인이 주목하고 있는 `로힝야족 인종청소` 논란의 중심에 선 인물이다. 민족과 종교를 이유로 사람들이 탄압받는 것은 심각한 인권문제이기에 이날 프란치스코 교황과 그의 만남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갔을지 궁금해 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이와 관련 교황청 대변인 그렉 버크는 “교황과 민 아웅 흘라잉 사령관은 미얀마의 전환기에 정부의 책무에 관해 논의했다”고 말했다.
이날 둘의 만남에서 민 아웅 흘라잉 사령관은 `로힝야족 인종청소`를 둘러싼 의문과 논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힌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민 아웅 흘라잉 사령관은 “나는 종교·종파간 평화와 통합, 정의를 실현하고자 한다“고 말하며 “미얀마에서는 종교 또는 인종의 다름을 이유로 벌어지는 학대나 차별이 존재하지 않는다. 정부 역시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세계인이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는 로힝야족에 대한 민족·종교적 탄압을 부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CNN은 “민 아웅 흘라잉 사령관은 프란치스코 교황과의 면담에서 미얀마에선 종교·민족간 차별이 없음을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민 아웅 흘라잉 사령관은 아웅산 수치의 문민정부와 미얀마의 권력을 나눠 가지고 있는 군부의 최고 실력자다. 현재 미얀마는 2008년 제정된 헌법에 따라 군부가 내무·국방·국경경비 등 치안 관련 3개 부처를 관할하고 있다. 또한, 상하원 의석의 25% 가량을 점유하고 있다.
현재 미얀마 군부는 로힝야족 무장 반군단체인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ARSA)`을 토벌한다는 이유로 이슬람계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을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 미얀마를 바라보는 세계인의 보편적 시각이다.
ARSA는 동족이 고통 받는 모습을 지켜볼 수 없다며 미얀마에 항전을 선포한 상태다. 지난여름엔 ARSA가 경찰초소 30여 곳을 습격하기도 했다. 미얀마 군부는 ARSA를 테러단체로 지목하며 대대적인 소탕전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수백 명의 로힝야족이 사망했고, 60만 명이 넘는 로힝야족이 미얀마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피신했다.
로힝야족 난민들은 “미얀마 군대가 테러와는 무관한 민간인을 살해하고 건물에 불을 지르는 등 우리 민족을 탄압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미얀마 군부는 “방화 등의 불법행위는 ARSA의 소행”이라는 상반된 주장을 내놓고 있다.
유엔은 로힝야족에 대한 탄압을 `인종청소`로 규정했으나, 미얀마군은 극단주의 세력에 맞서는 자신들의 행위는 정당하다며 국제사회의 조사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프란치스코 교황은 미얀마 방문 이틀째인 28일에는 불교, 이슬람교, 힌두교, 기독교 등 현지 종교지도자들을 만나 종교간 화합을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미얀마 방문이 군부와 로힝야족의 갈등 해결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인지 주목된다.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