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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족이 되자

등록일 2017-09-01 20:42 게재일 2017-09-01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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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래<br /><br />수필가·시인
▲ 김병래 수필가·시인

`명품족`이란 말이 있다. `이름나고 값비싼 의류나 소품을 주로 사서 이용하는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란 게 사전의 풀이다. 어원을 따지자면 명품 브랜드를 소비하는 부유층의 소비행위를 모방하는 미국의 고소득 여피족들을 일컫는 용어인 `럭셔리 제너레이션`을 들 수 있지만 우리나라에선 그냥 고가의 유명 브랜드를 특별히 선호하는 부류를 통칭해서 명품족(名品族)이라 한다.

우리나라처럼 소위 명품을 선호하는 국민이 많은 나라도 드물다고 한다. 국제컨설팅업체 맥킨지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명품 시장은 2006년부터 매년 12%씩 늘어나서 2011년까지 45억 달러 규모로 급성장했다는 통계다. 따라서 세계적인 명품 회사들이 한국을 주요 시장으로 인식하고 앞 다투어 매장을 내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대 김난도 교수팀은 명품을 선호하는 사람들의 유형을 4가지로 분류했다. 먼저 `과시형`을 들 수 있는데, `나는 어중이떠중이 남들과는 다르다`는 우리나라 특유의 체면의식에 서열의식이 더해진 소비형태로 주로 신흥부자들이 이에 해당한다는 것이고, 다음으로 `질시형`은 `나라고 못할 것이냐`라는 선망의식과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평등의식이 결합한 경우로, 열등감이 강한 중산층에서 많이 나타나며 무리하게 빚을 내 명품을 사들이기도 한다는 것. 그 다음 `환상형`은 초라한 모습을 사치품으로 감춰보려는 심리로 젊은이들과 유흥업 종사자들에게서 많이 나타는 유형이고, 끝으로 `동조형`은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집단문화가 부채질한 경우로 유행에 민감한 청소년들에게서 많이 발견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같은 소비유형들을 인간의 본성으로 보기보다는 물질 문화가 길러낸 소산으로 봐야한다고 분석하고, 우리나라의 고가 명품 열기는 개인이나 계층의 도덕성만으로는 해소할 수 없는 국가적인 문제라고 강조했다.

아무튼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값비싼 브랜드를 선호하는 것은 당연한 일로 볼 수 있지만, 명품선호 풍조가 경제적 계층 간의 위화감이나 상대적 박탈감, 과도한 집착으로 인한 개인 경제의 파탄 등 사회 전반에 적잖이 부작용을 일으키는 것에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청소년들까지 유명 브랜드에 현혹되어 불건전한 가치관을 갖게 되거나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하니 결코 가볍게 보아 넘길 일이 아닌 것 같다.

하지만 돈이 없다고 명품족이 되지 말란 법은 없다. 명품이 어찌 옷가지나 장신구만 있겠는가. 그런 것들 말고도 자타가 공인하는 명품으로 음악과 미술과 문학 등의 예술작품들이 얼마나 많은가. 명품 중의 명품인 베토벤이나 모차르트의 음악에 심취한다든가 명화를 감상하고 불후의 문학작품을 읽으면서 고상하기 이를 데 없는 명품의 분위기에 젖어서 인생을 산다면 그야말로 최상의 명품족이 아니겠는가.

사람이 든 명품에 비할 바 없는 조물주의 작품인 대자연은 또 어떤가. 어떤 찬란한 보석을 밤하늘의 별과 견줄 것이며 어떤 값비싼 옷을 저 온갖 꽃들의 아름다움과 품격에 비기겠는가. 이토록 신비롭고 오묘한 오리지널 명품 속에 살면서 뭐가 아쉬워서 그까짓 옷가지나 장신구 나부랭이에 연연할 것인가.

무엇보다 진정한 명품족이 되는 길은 명품을 많이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명품이 되는 것이다. 아무리 고가의 브랜드를 두른다고 사람의 품격이 높아지는 건 아닐진대, 사람자체가 명품이라야 진짜배기 명품족이 아니겠는가. 수백만 원짜리 명품 백을 들고 다니는 것보다 몇 만 원짜리 비닐백에 시집 한 권 넣어 다니는 것이 훨씬 더 품격이 있는 줄 아는 것이 명품족이란 얘기다.

가을이 온다. 세계적인 명품 한국의 가을이다. 이 찬란한 계절에 명품 시를 읽고 명품 음악에 취하노라면 사람도 명품이 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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