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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에 예산까지 홀대… TK `부글부글`

김영태기자
등록일 2017-08-25 20:59 게재일 2017-08-25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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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부 장·차관급 114명 중<BR>호남 29·PK 27·TK 11명<BR>특정 지역 권력 핵심 독식에<BR>“홀대 넘어 무시 수준”
▲ 대구·경북지역 SOC 예산이 대폭 삭감돼 지역 여론이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 24일 예산 삭감의 직격탄을 맞은 국도 31호선 확장공사 포항시 남구 연일읍 구간의 모습. 대부분 공사구간이 기존도로와 교차 또는 병행되면서 큰 불편이 예상된다. /이용선기자

문재인 정부가 대구·경북지역 SOC 예산을 대폭 삭감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지역 여론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인사 홀대로 울고 싶은 심정이었는데 정부가 SOC 예산을 싹둑 잘라내면서 뺨을 때린 격이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임명된 장·차관급 114명 중 부산·경남 27명, 호남권 29명 등 두 지역 출신이 56명으로 전체의 절반에 가깝다. 반면에 대구·경북 출신은 11명에 불과하다. 인사 홀대가 아니라 무시에 가깝다. 수십년 간 정권창출을 도맡아온 지역에서 청와대에 제대로 아는 인사 한명 없는 신세로 전락해 소외감이 컸던 지역민들이 복지예산 마련을 위해 SOC 예산이 대폭 삭감됐다는 소식에 격분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반응이다.

SOC 예산마저 싹둑 가위질

어려운 경제 코너로 모는 격

“동진정책 추진해온 여권이

반정권 정서 직면할 수도”

지난 23일 TK지역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김용진 기획재정부 2차관을 불러 긴급간담회를 갖고 사태의 심각성을 전달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날 김상훈(대구 서구) 대구시당위원장은 국회정론관에서 TK 의원 명의의 입장 발표를 통해 “정부의 인사·예산 홀대를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김 의원은 “TK 지역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TK 말살정책을 쓰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기에 정기국회와 대정부질문, 상임위 활동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현 정부에 대한 비판 강도를 높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사의 경우 국무총리, 교육부총리, 청와대 비서실장과 정책실장, 육군참모총장, 국토교통부·농림식품부 장관 등 주요 자리와 법무부장관, 검찰총장, 법무부 검찰국장 등 주요 보직도 호남이 독차지했다. 국무총리와 교육부총리, 농림축산식품부장관, 검찰총장, 육군참모총장은 특정 고교 출신이 장악한 상태다. 전무후무한 독식 사례다. 또 검찰, 경찰, 국세청 등 이른바 3대 권력기관 핵심보직에서 대구·경북 출신이 전멸한 것은 김대중, 노무현 정권을 포함해 역대 어느 정권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사상 초유의 `인사 무시`란 평가마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대구·경북지역은 결국 `홀대`와 `말살`, `초토화`가 문재인 대통령 인사의 3대 원칙임이 확인됐다는 분위기가 공감대를 이뤄가고 있다.

이번 정부의 내년도 예산 삭감도 아무리 우선 순위에 따라 배정을 했다지만, 지난해 예산의 30% 정도에 지나지 않아 3~4년 내 완공할 공사들이 10년 이상 걸릴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면서 대구·경북 홀대론을 피부로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SOC 예산은 복지지출보다 고용승수와 재정승수가 높아 지역경제에 기여효과가 크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현재 상태대로 예산이 확정된다면 가뜩이나 어려운 대구·경북지역 경제를 장기적으로 더욱 힘들게 할 것이라는 점에서 지역의 불만이 일시적인 격분으로 볼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대구·경북연구원 토목 및 환경분야 남광현 연구위원은 “SOC 사업은 당장 효과는 미미할지 모르지만, 기업유치와 고용유발, 정주환경개선 등에 반드시 있어야 할 분야”이라며 “그렇지 않으며 교통편의는 물론이고 경제활성화에도 상당한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남 연구원은 “국토의 서쪽보다 동쪽인 경북지역의 도로망이 훨씬 약하고 중간중간 낙후지역도 여전히 존재해 SOC 사업이 진행되지 않는다면 산업 물류 등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면서 “올해부터 예산을 삭감하면서 갑갑해진 대구·경북은 정체나 멈춤 상태에 돌입해 지역 경제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수 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이같은 반응은 `동진정책`을 추진해온 새 정권이 심각하게 인식해야 할 과제로 떠오른 셈이다.

자유한국당 정태옥(대구 북갑) 의원은 24일 대구·경북 중견언론인 모임인 아시아포럼에서 “SOC도 고용을 늘리고 재정을 높이는 부분을 감안하면 주민 복지에 속하는데 삭감된 예산을 복지로 돌린다고 한다는 말을 이해할 수 없다”며 “일반 복지보다 SOC사업이 고용·재정승수가 높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라고 밝혔다.

또 정 의원은 “복지는 알려진 만큼 효과가 미미하기 때문에 SOC 사업에 집중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 문재인 정부의 과제”이라며 “세금의 경우도 낮추게 되면 내수 진작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을 간과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런 분위기를 감지한 더불어민주당은 24일 대구에서 대구·경북발전특위를 열고 대구취수원 이전문제에 대한 토론회를 개최했지만, 이날 대구시와 구미시는 평행선에 가까운 입장만을 다시금 확인하는데 그쳐 지역민 달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대구·경북에서는 앞으로 올 연말까지 인사 홀대에 이은 예산 삭감이라는 악재가 해소되지 않을 경우에는 제2의 호남식 반정권 정서가 확산할 조짐마저 보이고 있어 향후 예산안 처리 과정이 특히 주목되고 있다.

/김영태기자 piuskk@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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