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향시향 정기연주회<BR>세헤라자데 왕비<BR>일천 하룻밤 재미난 얘기<BR>장대한 음악으로 표현
지난 20일 오후 7시30분 포항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포항시립교향악단의 제157회 정기연주회로 `세헤라자데의 천일야화`가 화려하게 펼쳐졌다.
이번 공연의 부제 `천일야화`는 `아라비안 나이트`의 또 다른 이름으로, 중동의 구전문학을 일컫는다. 여성에 대한 적개심을 가진 채, 새롭게 맞이한 신부를 모두 처형하는 샤리아르 왕의 악행을 멈추게 하기 위해서 세헤라자데 왕비는 일천 하룻밤 동안 재미난 얘기를 왕에게 들려줬다. 그 이야기를 장대한 음악으로 표현한 러시아 작곡가 림스키 코르샤코프의 `세헤라자데`는 피겨여제 김연아의 2009세계선수권 빙상경기 주제곡으로 잘알려져 관람객들의 여름밤 무더위를 식히기에 더 할 나위없는 선택이었다는 호평을 받았다.
이날 객원지휘는 스페인 출신 지휘자 우나이 우레초(수원대 교수)가 맡았다. 그는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미국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 등 세계적인 악단에서 트롬본 주자로서 꾸준히 연주 활동을 해왔으며, 지금은 국제적으로 여러 교향악단을 객원 지휘하고 있다. 광성필하모닉 지휘자이기도 한 그는 스페인사람 특유의 강열한 카리스마를 발산했다.
연주회 첫곡은 차이코프스키 오페라 `로미오와 줄리엣` 환상서곡이었다. 오페라 전에 연주돼 막이 오름에 앞서서 극의 주요한 점을 음악적으로 요약하는 종래의 서곡과는 다르게 독립된 관현악곡으로 다뤄진 이 곡을 에너지가 넘치는 우나이 지휘자와 80인조의 포항시립교향악단이 압도적으로 연주해 한 여름밤의 더운 열기를 순식간에 떨쳐버렸다.
두 번 째 연주곡은 영국 작곡가 본 윌리암스의 `튜바 협주곡`이었다. 1958년에 작곡된 현대적이면서도 후기 낭만파적인 악곡이다. 기존의 튜바 이미지는 오케스트라의 저음을 담당하는 관악기에 지나지 않았지만 이 협주곡으로 인해서 튜바는 당당히 솔로악기의 대열에 합류했다. 이후 나온 많은 튜바 독주곡에 영향을 준 작품인데 지역에는 처음 연주되는 곡이다. 포항시립교향악단은 피아노와 바이올린 같은 인기 협주곡을 무대에 올리는 것에 안주하지 않고 보다 새로운 분위기의 협주곡을 모색하던 중 세계적인 튜비스트로 활약중인 허재영교수를 협연자로 초청했다.
튜비스트 허재영은 독일 쾰른 국립음대를 졸업하고 귀국 후 서울시립교향악단의 튜바 연주자로 20여 년간 활동한 후 현재는 중앙대 교수로 활동중인데 특유의 풍부한 음색으로써 청중들로부터 뜨거운 갈채를 받고, 앙코르 요청을 받아들여 영화 `미션`의 주제가 `가브리엘의 오보에`를 들려줘 청중들에게 깊은 감명을 줬다.
이후에 연주된 `세헤라자데`는 러시아 관현악 중 최고 수준의 걸작으로 한 여름밤 무더위를 피해 공연장을 찾은 청중들을 `신밧드의 모험` 속으로 이끌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