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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 젊은미술가들 화폭 속 `아픈 청춘 이야기`

윤희정기자
등록일 2017-06-19 02:01 게재일 2017-06-19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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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갤러리 8월 11일까지<BR>청년작가 12명 초대 `12인의 방`展
▲ 김연희 作

포스코갤러리가 오는 8월 11일까지 1,2층 전시실에서 영남지역 청년 작가 12명을 초대하는 기획전 `12인의 방`전을 열고 있다.

회화, 입체, 영상, 설치 등 다양한 예술매체를 통해 젊은 작가들이 생산하는 예술의 경향을 짚어보고 잠재된 무한한 가능성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젊음이 누려야할 낭만과 낙관주의가 끝없이 불안함으로 대체된 지금의 청년세대, 많은 젊은 작가들은 우리 삶 속에 파편처럼 혼재하는 모순, 혼돈, 욕망들을 찾아내고 자아에 대한 관심이 동시대의 거대 담론으로 새롭게 등장하면서 정체성에 대한 다양한 표현 양식과 차용, 해체를 통한 현상들은 현대미술의 중요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작가들은 자신들의 목소리로 자신들의 사고, 감각, 취향, 판단에 따라 만든 자신들의 환경에서 새로운 미술을 시도하고 있다. 이들의 작품은 각기 자기 개인의 감수성과 사고방식을 표현하고 있으며, 또한 그것은 한국사회의 문화경향, 동시대의 감각과 지각, 경험을 상이한 방식으로 드러내고 있다.

특히 현 사회의 어두운 이면들을 표면적으로 증폭시켜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현실`과 `상상력`을 적절히 버무려내어 세상과 소통하고 타협하는 나름의 뚝심을 갖고 살아가는 젊은 미술인의 현재를 만나볼 수 있다.

전시는 세 가지 섹션으로 구성해 청년세대의 겪는 불안과 방황의 표류기, 그 들만의 참을수 없는 열정기, 청춘에게서 느낄수 있는 낙천적인 감성들과 두려움 없이 도전하는 희망기로 나눠 청년들이 공존하는 다면적인 감정들을 교감하고 세대간 소통의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김연희의 움직이는 집은 현대인의 잦은 이동으로 인한, 떠돌이 생활로 움직일 때마다 함께하던 불완전한 감정, 또는 말로 할 수 없는 추상적인 것들을 다양한 미디어로 풀어내는 작업을 선보인다. 유목생활을 은유적으로 표현해 줄 박스라는 소재와 안락함을 표현할 수 있는 오브제들 사이에 긴장감과 걱정이라는 감정을 위로해 줄 수 있는 현대인들의 치유의 공간을 공유한다.

송필은 동물 신체의 일부를 무거운 오브제로 치환해 위태롭고 불완전한 긴장감을 작품화 한다. 거대한 무게를 등에 지고 가녀린 네 다리로 땅을 짚고 버티는 동물을 통해 현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무게감을 짊어지고 있는 모습은 4포, 5포, N세대를 마주한 연약한 젊은 현대인들과 공감대를 형성한다.

이성경의 작업은 한지에 목탄을 소재로 겹쳐 그리는 독특한 방식으로 가장 날카로운 아픔인 가족사, 인간관계에서 비롯되는 상처 또는 정반대로 가슴이 벅차오를 만큼 감동적이었던 순간들, 가슴 속에서 피어나는 감사함들로 뒤죽박죽이 된 복잡한 감정들을 깊이감있게 표현하고 있다.

김두호의 작업은 사물의 부분을 포착해 연출 사진을 찍고 물, 잉크를 부은 후 페인팅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주로 주변의 건물, 도시 풍경을 사진 촬영한 후 삭제하거나 흐리게 해 정체성이 불분명한 시간과 공간을 형성한다. 이를 통해 오히려 지워진 존재를 상기시키며, 피상적인 공간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의 소외감을 암시하고자 한다.

박진규의 작업은 캔버스 위에 수직선과 수평선을 켜켜이 쌓아 올리는 반복적인 작업을 통해서 3차원의 공간을 구성한다. 무수한 직선의 중첩으로 만들어진 낸 새로운 공간성은 안과 밖으로 양분되는 개념을 넘어 우리가 단순하게 극과 극으로만 보았던 것들을 새롭게 볼 수 있는 인식의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류현욱의 회화는 자전적 기억을 바탕으로 가장 기본적인 선과 면으로 색체의 언어를 빌려 유동하는 서사 회화를 창출하며 본질이나 형식 같은 억압적 요소로부터의 해방을 통한 불가시적인 세계를 가시화하는 의지를 보다 더 확장해 나가고 있다.

정지현의 회화는 일상적 사건에서 포착된 사물과 풍경을 목탄과 콘테를 활용해 세밀한 형상을 표현하거나 무수한 중첩을 통해 낯선 방식으로 드러내고 있다. `무명의 사건들`이라는 이번 시리즈는 뉴스나 신문매체에 보도되는 일상적인 사건이 아닌 소소하고 개인적이라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 나와 타인의 일상 속 평범한 사건들을 재구성을 통해 일상의 생경함을 환기시키고 있다.

김현정은 익숙한 사물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탐구한다. 작가는 사물의 부분을 포착해 어떻게 존재하며 어떻게 보이는지 이해하려는 방식으로 과정이 드러나도록 여러 얇은 겹으로 그려진다. 반복해서 그리는 행위를 통해 대상은 평면 위에서 그 자체의 깊이와 밀도를 갖게 된다. 특정 순간의 몰입과 작가 고유의 디테일을 통해 일상의 소박한 풍경들이 잠재된 경이로움을 일깨워준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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