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생각의 차이가 있을 뿐, 모두 이 나라가 풍요롭고 자유로운 땅이 되길 원한다. 어느 누구도 부당하게 차별받지 않고 모두가 함께 부지런히 살아가면서 행복할 수 있는 나라가 되길 바라는 것이다. 열심히 사는 사람에게 응분의 소득이 돌아가고, 소비와 투자가 모두 적절하게 이루어져서 이 나라가 나날이 발전해 가는 모습을 기대했던 것이다. 그런데 지난 가을 어느날 나누어진 소식은 이 나라의 돌아가는 모습이 그 같은 기대를 무참히도 배신하고 있음을 전하고 있었다. 따라서 국민들은 이 나라가 다시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으로 태어나길 겨울 내내 소망하였던 것이다. `이게 나라냐`는 소리도 그래서 했을 것이다. 이것이 어떻게 오른쪽과 왼쪽의 문제란 말인가. 나라를 바로 세우는 일은 우리 모두의 문제이며 이 사회가 공평하고 공정하게 나아가는 일은 모든 사람들이 원하는 바가 아닌가.
헌법재판소의 판결문이 읽어내려 질 적에, 우리는 물론 그 결론 즉 주문의 향배에 초미의 관심을 두고 있었다. 그 결론 한 소절에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우리는 결정문의 나머지 내용들에 그리 눈길을 주지 아니하였다. 그러나 찬찬히 다시 들여다 본 결정문의 마지막 한 문장은 놀라운 하나의 선언을 담고 있었다. `이 사건 탄핵심판은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과연, 그렇지 아니한가. 얼마나 기다렸던 목소리인가. 비록, 판결문 끝자락에 한 재판관의 보충의견으로 적히긴 하였지만, 필자는 이 한 줄의 의미를 깊이 새겼으면 한다.
우리들의 생각이 과연, 보수가 다르고 진보가 다를 소망이었다는 말인가. 길거리에서 언제 우리가 심각한 우와 좌의 다툼을 만난다는 말인가. 하루하루의 삶을 성실하게 꾸려가며 일상의 행복을 따라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이 우리 사회를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이다.
지금 이 나라가 가진 문제는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보통 사람들이 어떻게 각자의 자리를 편안하게 지키며 삶을 자유롭게 누릴 수 있도록 돕는 일이다. 혹, 정치인들이 본인들의 영달을 꿈꾸며 몰아가는 `이념의 과잉`이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편을 갈라 표를 더 얻으려 하는지 모르지만, 편이 갈려 행복할 국민은 이 땅에 없다.
새 날이 오기도 하였지만 또 잘못 하면 오지 않을 수도 있음을 보통 사람들이 또한 경계하여야 할 것이다.
역사는 앞으로만 가는 것이 아니었음을 우리는 이미 여러 차례 목격하지 않았는가. 정치인들을 포함한 이 나라의 리더들이 맡겨진 권한을 국민들의 기대에 맞게 사용하는지 끊임없이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들 자신은 스스로 바라던 바를 지켜내고 있는지 살펴볼 일인 것이다. 사회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의 한결같음과 부지런함이 없이 성공한 혁명은 없을 터이다.
새해 아침에 느꼈던 그 허망함을 극복하는 방법은, 진정 새로운 무엇을 원한다면 진지함과 수고로움을 부어 미래를 앞당기는 수밖에 없음을 이미 알고 있지 아니한가. 이는 실로,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을 내 나라로 생각하는 우리 모두가 보수와 진보를 뛰어넘는 성숙함으로 만들어 내고 지켜내야 하는 새로움이며 자존감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