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벌써 삼월이다. 이즈음 학교마다 새 학기가 열리고, 새 봄이 움터 오는 것을 피부로 느낀다. 움추렸던 겨울 나라로부터 어깨를 펴고 이제는 따사로운 봄을 맞을 채비를 하는 것이다. 그렇게, 모든 봄들은 기다려 진다.
왜 특히 올해 봄은 더 기다려 지는가. 지난 겨울, 우리 모두를 유난히 어두운 생각으로 몰아 세웠던 사건들로부터 이제는 벗어나야 한다. 그들이 누구였든, 우리를 힘들게 하였던 이들의 모든 그늘로부터 헤어나야 한다. 시민들의 마음을 묶어 어두운 그림자로부터 벗어나는 일을 우선 해 낼 일이며,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내는 일도 모두의 생각을 아우르며 이루어 내야 한다. 하지만 삼월의 아침 거리에 펄럭이는 태극기마저 왠지 낯설어 보이는 것은 누구의 탓이란 말인가? 들려오는 소식들로부터 이제는 희망을 떠올려야 하고 용기를 건져 내어야 한다.
자연의 봄이야 섭리에 따라 저절로 우리에게 다가 오기에, 놀랍고 감사한 일이다. 하지만, 우리가 기다리는 희망의 봄과 용기의 계절은 그렇게 저절로는 오지 않을 모양이다. 생각을 모야야 하고 마음을 나누어야 한다. 서로 열심히 소통하고 날마다 부추겨야 할 일이다. 사람마다 다른 생각들이 마음껏 펼쳐져야 한다. 다른 생각들을 막지 말 일이며,오히려 반겨야 한다. 펼쳐진 생각들이 하나같이 부끄럽지 않아야 한다. 나눈 생각들을 모으고 모아 지혜로 걸러낼 일이다. 오늘의 꿈을 내일의 길로 만들어야 한다.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주인이 되어, 나누기도 하고 모으기도 할 일이다. 이를, 우리는 민주주의라 부른다. 시민이 주인이 되는 나라.
그동안 우리는 어찌 하였는가. 누군가에게 이 나라를 맡기고 살지 아니 하였는가. 근거도 없이, 그들이 당연히 좋은 길로 이끌어 줄 것이라 기대하지 않았었는가. 살아가는 일상마저 그들의 결정에 넋놓고 손놓고 지내지 않았던가. 나보다 잘난 사람들이라 믿어 중요한 일들을 나몰라라 하지 않았던가. 뽑을 때만 굽신거린다고 투덜대면서도, 그 언제 그들의 다짐을 확인하였는지 별반 기억이 없다. 앞으로도 높은 기대를 가지고 뽑기야 하겠지만, 하는 일마다 매서운 눈으로 함께 살펴야 할 일이다. 그리하여, 진정으로 주인이 주인되는 나라를 만들어 가야 한다.
돌아보는 마음이 있다면, 내다보는 시선도 있을 일이다. 2017년의 봄은 참으로 새로운 봄으로 만들어야 한다. 소중한 어린이들에게 더는 부끄럽지 않아야 하며, 이 땅의 젊은이들이 희망을 품고 일어 서도록 도와야 한다. 98년 전 오늘, 태극기를 들었던 그들의 마음은 분명 다음 세대를 품었을 것이다. 이 땅의 청년들에게 더는 부끄러운 나라를 물려주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가득했을 것이다.
다음 세대가 자라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 오늘 버젓이 내 나라이면서 이처럼 부끄러웠던 기억을 우리의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수는 없다. 다음 세대가 마음껏 꿈꾸는 나라가 되고 청년이 활기차게 숨쉬는 나라가 되어 앞날이 끝없이 기대되는 나라로 만들어야 한다.
2017년의 봄에는, 새 나라를 꿈꾸기로 하자. 마침 21세기는 `디지털 소통`의 시대,가 아닌가. 주저함없이 망설임없이 각자의 생각을 나누고 나누어 희망과 용기의 새 날을 앞당겨 보자. 거침없는 생각의 바다는 풍요로운 미래를 앞당길 것이다. 다른 사람이 가져다 주는 세상은 이제는 없다. 우리가 만드는 세상으로 바꾸어 보자. 그리하여, 민주주의의 본래 꿈을 되찾기로 하자.
새 날을 이끌어 갈 사람들도 이제는 오만과 아집의 허울을 벗어야 한다. 당신을 믿어 맡겨줄 시민들의 소망과 기대를 날마다 새겨야 한다. 당신 때문에 상처 입을 시민이 이제는 없을 터이다. 어제의 옹졸한 리더십은 설 자리가 없다. 드넓은 생각의 바다를 한없이 품는 리더들이 되어 21세기의 새로움을 실천하시라.
이미 다가온 봄에 부끄럽지 않으려면, 나는 오늘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살펴야 하지 않을까. 돌아보아 자랑스러운 오늘이 되게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