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용선 `생각이 그려지는` 展<BR>봉산문화회관 4월9일까지
굵고 선명한 방식으로 한국화단에서 뚜렷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서용선(66) 작가를 기억하는 많은 사람들은 `자화상`, `도시`, `역사`, `신화`를 소재로, 화면 밖으로 쏟아질듯 표출하는 강렬한 원색들과 거칠게 그은 붓 선들의 긴장감을 떠올린다. 그것은 전쟁직후의 작가가 성장한 시대적 환경으로부터 비롯된 불안과 결핍감에 관한 문제의식이며, 그림을 넘어서 현실로 뛰쳐나가려는 욕구, 사회와 인간관계의 압박 등을 표출하는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작업에 관한 서 작가의 기본 태도는 인간 탐구다. 그리고 작가 스스로를 살핀 자아와 전쟁이후 파괴됐던 서울의 도시화라는 현실적 삶 속에서 겪은 도시와 일상, 그 도시 공간과 공유해온 현실 참여적인 역사, 그 역사를 살아온 사람들의 뿌리로서 신화, 그 흔적과 상상력 등을 끊임없이 되돌아보는`생각`과 그 감수성을 바탕으로 그려지는 `신체행위`로 구성된다.
대구 봉산문화회관의 기획시리즈전 기억공작소의 올해 첫번째 작가로 선보이는 서용선 작가의 `생각이 그려지는`이란 제목의 전시 입구에는 서용선의 작업실 장면과 인터뷰 동영상을 담은 작은 모니터 1점이 보인다. 안으로 들어가면, 전면 벽에 500x400㎝ 크기의 천위에 아크릴 물감으로 그린 회화 대작 1점이 있고, 바닥에는 통나무를 조각한 인물 두상 12점이 질서 있게 줄지어 있다. 파란색 구름이 있는 하늘을 배경으로 수직과 수평의 굵고 거친 선들을 교차시켜 구조화한 비자연적이고, 비인간적인 인공 세계의 기하학적 형태는 2006년에 이어 2011년에 그린`베를린 성당`이다. 1747년 바로크 양식으로 지어진 베를린 성당은 제2차 세계대전의 폭격으로 거의 다 붕괴됐다가 이후 새롭게 복원한 역사적 도시 공간의 일부이다. 작가는 1990년 중반 이래 몇 차례에 걸쳐 베를린에 체류하면서 전쟁이후 서울과 베를린 두 도시의 구체적인 정치 상황과 역사성을 환기시키는 도시공간의 힘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현대사회의 특성을 보여주는 현상으로서 도시공간의 시각적 체험과 생각에 주목했다. 베를린 도시공간에서 마주한 일상들은 작가가 체험한 70년대 이후 급속히 도시화한 서울의 그것과 비교되고 그러한 비교들이 작가의 상상력을 자극한 것이다.
이 그림 앞의 바닥에는 20×30×70㎝정도 크기의 나무 조각`머리`들이 가로 3줄, 세로 4줄로 놓여있다. 전기톱으로 대략 거칠게 조각하고 먹 선으로 표시를 한 `머리`는 인간의 감수성을 현실적 물질 형태로 생성하는 작가의 원형적 행위를 상징하려는 듯, 인간에게 친숙한 나무의 자연성을 그대로 살려 조각했다. 나무`머리`의 왼편에는 60.5×72.5㎝ 크기의 2015, 2016년 작 자화상 `그려지는 손`이 걸려있다. 노랑바탕을 배경으로 짙은 푸른색의 옷을 입은 작가의 모습은 오른쪽을 뚫어질 듯 쳐다보는 눈동자와 붉은색 얼굴과 함께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정종구 봉산문화회관 큐레이터는 “이 전시는 “`그림`이란 무엇인가?”에 관한 작가의 태도와 그 신체 행위로 인한 물질적 현실화의 사태로 이뤄져 있다. 이 `생각이 그려지는` 전시에서 작가는 어떤 구조와 인간 감수성 사이의 대응과 그 균형이 지닌 탁월한 힘과 공감을 드러낸다. 우리는 이를 예술의 힘 혹은 충만감이라고 부르곤 한다”고 전했다.
서용선 작가의 `생각이 그려지는`전은 오는 4월 9일까지 대구 봉산문화회관 2층 4전시실에서 계속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